(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초등학교 6학년생인 쇼야는 짓궂은 장난꾸러기 소년이다.
어느 날 쇼야의 반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 소녀 쇼코가 전학 온다. 쇼코는 노트 필담을 통해 반 아이들에게 다가서려 하지만 이내 따돌림을 받는다. 장난꾸러기 쇼야는 쇼코를 놀리고 따돌리는 데 앞장선다.
왕따를 이기지 못한 쇼코는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왕따 가해자로 낙인 찍힌 쇼야가 이번에는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왕따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된 쇼야는 그제야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바깥세상에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간다.
6년이 흐른 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자살까지 시도하는 쇼야는 마지막으로 쇼코를 찾아간다. 그리고 둘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오는 9일 개봉하는 '목소리의 형태'는 청각 장애 소녀와 소녀를 왕따시켰던 소년이 6년이 흐른 뒤 만나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얼핏 보면 청춘 로맨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왕따, 장애, 소통, 화해, 용서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다소 묵직한 작품이다.
초등학생 시절 쇼코의 필담 노트를 내던지며 쇼코가 건네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던 쇼야는 6년이 흐른 뒤 쇼코의 언어인 수화를 배워 수화로 쇼코에게 말을 건넨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
쇼코는 쇼야의 언어인 '말'을 힘겹게 하면서 쇼야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한다.
영화는 이렇게 두 사람이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둘 사이에 쌓인 상처를 회복하고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길고 힘겨운 과정을 조심스럽고 세심한 터치로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한 감각적인 영상들이다. 전철 창문을 통해 환하게 들어오는 햇빛, 강변에 흔들리는 벚꽃, 화려한 불꽃놀이 등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소리와 마음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작년 일본 개봉 당시 '너의 이름은.'과 나란히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고 누적 관객 수 170만 명을 돌파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 만화책은 제19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누적판매 300만 부를 돌파했다.
가벼운 청춘 로맨스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12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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