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EU집행위원장 "영어, 유럽서 영향력 잃고 있어"

입력 2017-05-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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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커 EU집행위원장 "영어, 유럽서 영향력 잃고 있어"

伊피렌체서 영어 대신 불어 연설…"브렉시트는 비극…英이 EU 버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영어가 EU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발언하며 다시 한번 영국의 신경을 긁었다.

5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대학협회 회의에서 연사로 나선 융커 위원장은 청중을 향해 "영어와 불어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결정을 내렸다"며 "영어는 유럽에서 점진적이지만 확실히 영향력을 잃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늘 연설을 불어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룩셈부르크 총리 출신으로 모국어인 룩셈부르크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구사한다.

그는 장내에서 큰 환호가 터지자 "일요일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인들이 유럽과 각 나라들에 대해 내가 말하는 바를 이해하길 원한다"며 프랑스어로 연설하는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2004년 동유럽이 EU에 회원국으로 합류한 뒤 영어는 EU에서 점차 프랑스어를 대체해 회원국의 의사소통에 있어 핵심 언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19년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절차가 완료되면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는 아일랜드, 몰타 등 EU 회원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가 다시 영어 대신 EU의 중심 언어로 사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융커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놓고 그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가시 돋힌 설전을 주고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융커 위원장이 지난 달 말 런던의 다우닝가10 총리 집무실에서 메이 총리를 만난 뒤 "(협상 타결 가능성에서) 이전보다 10배는 더 회의적인 상태로 다우닝가10을 떠난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융커 위원장은 특히 EU 다른 회원국에 줘야 할 돈이 없다는 메이 총리의 시각에 놀랐다며 브렉시트 협상 결렬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올렸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보도가 나오자 메이 총리는 발끈하며 EU 정치인들과 관리들이 오는 6월 8일 예정된 영국 조기총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영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편, 융커 위원장은 이날 피렌체 연설에서도 "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비극'"이라고 규정하며 브렉시트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EU는 우리의 영국 친구들과 공정하게 협상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EU가 영국을 버린 게 아니라, 영국이 EU를 내쳤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 사이의 차이는 향후 몇 년 동안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융커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EU의 관료주의와 회원국에 대한 과도한 내정 간섭이 브렉시트를 초래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과거에 EU는 너무나 많은 규정을 만들고,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너무나 많이 개입했다"며 자신이 이끄는 EU 집행위원회는 과도한 규정을 만들기보다는 교역과 성장, 일자리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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