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미세먼지가 한국인의 건강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까지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다.
당초 유통업계는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가 소비 회복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세먼지가 소비자들의 나들이 발길을 붙잡으면서 아직 온기가 미약한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다만, 공기청정기 등이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면서 가전 시장만 '나 홀로' 호황인 상태다.
◇ 6일 '미세먼지 경보' 발령에 백화점 매출 5%↓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중국발 황사 영향으로 경기·인천·강원 등 전국 12개 권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자, 주말임에도 쇼핑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면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언론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어린이, 노인, 폐·심장질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조차 되도록 외출을 삼가라고 권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경보가 내려진 6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같은 주 토요일보다 5% 정도 줄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문자 등을 통해 경보 내용을 받으면 쇼핑이나 나들이 계획을 줄이거나 취소하게 된다"며 "이번 징검다리 연휴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 기대를 많이 했고, 5월 들어 지금까지 분위기도 썩 나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심한 미세먼지가 이어지면 4월 봄 세일에 이어 5월 특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화점 등 주로 오프라인 점포 영업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미세먼지의 '부정적'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4월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정도 줄었는데, 미세먼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김상우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좀처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세먼지까지 심해 소비자들이 야외 출입까지 꺼리면서 4월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상품군별로는 매출 비중이 큰 여성, 남성 패션이 각각 0.1%, 3.1% 감소했다. 반면 결혼·이사 철이 겹쳐 리빙(생활용품)과 가전 부문은 각각 11.5%, 29.4% 늘었다. 가전 매출 호조에는 급증한 공기청정기 수요도 반영됐다.
현대백화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현대백화점 4월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6% 적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4월 봄 세일 기간에 주말 봄비,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으로 방문 고객 수가 평상시 보다 줄었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실적은 뒷걸음질 쳤지만, 역시 미세먼지로 인기가 높아진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등을 포함한 가전 상품군은 오히려 30.5%나 뛰었다.
◇ '메르스' 당시 외출 꺼리자 백화점·마트·숙박·음식 매출 10%이상↓
환경 당국과 학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연간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소비 위축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제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5년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진 뒤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자, 소비는 바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5월 20일과 6월 1일 잇따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확인되자, 야외 활동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함께 6월 소매판매,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5월보다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의복·가방 등 준내구재가 11.6%나 줄었고,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화장품 등 비내구제도 각각 2.1%, 0.9% 위축됐다.
특히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1개월 사이 12.6%, 14.7%나 급감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특히 운수(-6.1%), 숙박·음식(-10.2%), 예술·스포츠·여가(-12.6%) 부문의 감소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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