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무예 인문학

입력 2017-05-07 11:02  

[신간]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무예 인문학

생태주의 역사강의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 유종인 지음.

미술평론에 일가견이 있는 유종인 시인이 쓴 조선시대 회화 작품들에 대한 해설서.

미술 사조나 회화 기법과 같은 딱딱한 이론 대신 시인 특유의 감수성으로 그림들 속에 담긴 조선시대 풍속과 정취, 사연, 화가들의 마음을 풀어낸다.

컬러 도판으로 실린 작품들 가운데 탕건을 쓰고 수염을 늘어뜨린 채 윙크하듯 한쪽 눈을 감은 얼굴의 결기 넘치는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괴짜 화가로 알려진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호생관 최북(崔北)을 그린 19세기 인물화가 이한철의 작품이다. 최북은 애꾸눈인데, 어느 날 지체 높은 양반이 원치 않는 그림을 그려달라며 겁박하자 송곳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을 찔렀다고 한다. 화가가 지녀야 할 자존심과 심미안을 지킨 것이다.

다른 페이지에는 최북을 비롯해 김홍도와 그의 스승인 강세황, 심사정, 허필, 김덕형 등 조선 후기의 쟁쟁한 화가들이 계곡에서 호방하게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균와아집도'(筠窩雅集圖)가 실렸다. 강세황이 전체 구도를 잡았으며, 소나무와 돌은 심사정이, 인물은 김홍도가 그리고, 채색은 최북이 했다고 한다. 그림이 그려진 때는 1763년. 당시 19세였던 김홍도는 스승의 거문고에 맞춰 퉁소를 분다.

저자는 "여러 전문적 배경지식보다 그림 자체의 감각적 환기력과 화가의 사의(寫意)를 바탕으로 그림의 마음을 번져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나남 펴냄. 342쪽. 2만4천원.




▲ 무예 인문학 = 최형국 지음.

전통 무예에 담긴 역사, 문학, 철학 등을 풀어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병기인 칼에는 문명의 역사가 담겨 있다. 석검이나 청동검 같은 고대의 칼은 뾰족하고 양날을 사용하는 데 찌르기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그러다 철을 사용하면서 외날에 충격력을 집중시킨 도(刀)가 등장하고 검술의 중심은 찌르기에서 베기로 바뀌었다.

적을 단번에 제압하는 '필살기'(必殺技)는 단순함에서 나온다. 우리가 영화나 오락에서 익히 봐온 화려한 공격술은 실전에선 통하지 않는다. 동작이 크고 화려하면 그만큼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대를 허를 찌르는 낮은 발차기 하나, 들어오는 상대의 칼을 흘리듯 받아내며 짧게 머리나 손목을 가격하는 단순한 동작이 훨씬 안전하게 적을 궁지로 몬다.

저자인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은 개인 간의 전투뿐 아니라 국가 간의 전쟁,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개인의 삶에서도 필살기는 단순해야 한다.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하거나, 셀 수도 없이 많은 스펙으로 무장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행복을 단순하면서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 그것이 자신의 필살기이자 필생기(必生技)다."

그는 문화사·전쟁사·무예사를 연구해온 인문학자이자 20여 년간 검술을 수련해온 무예가다.

인물과사상사 펴냄. 312쪽. 1만5천원.


▲ 생태주의 역사강의 = 백승종 지음.

생명존중과 공생공존을 중심에 둔 생태주의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인류 역사와 사회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안하는 역사비평서.

책은 오늘날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갖가지 모순과 갈등들이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탐욕이 아니라 서구 근대사회가 구축한 '경제지상주의'라는 패러다임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세기 영국 부르주아들이 부르짖은 자유방임주의는 19세기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를 거쳐 20세기 전반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귀결됐다. 전쟁의 승자인 미국은 무역자유화와 최근의 신자유주의를 내세워 경제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무한경쟁, 국가 간 갈등과 분쟁, 환경 파괴, 생존의 위협은 심화돼 왔다.

책은 실증적 과학을 자처하던 근대역사학이 중앙집권적 근대국민국가의 정치적 이념을 합리화하고, 경제지상주의가 낳은 과학·기술 만능의 신화를 퍼트리며 산업화를 찬양하는 데 그친 것을 비판한다.

저자이자 원로 역사학자인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대안을 경제지상주의를 거부하고 근대국민국가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꾀하는 생태주의에서 찾는다.

그리고 생태주의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 문제, 동학, 박정희의 경제개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그리스 재정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안팎의 쟁점들을 분석한다.

한티재 펴냄. 276쪽. 1만4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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