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 김승준(23)은 지난 시즌 큰 아픔을 겪었다.
그는 시즌 초반 울산의 공격을 이끌며 영플레이어상(신인왕) 대상자 중 가장 많은 골(8골)을 넣었다. 주변에선 김승준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영플레이어상 후보 선수 명단엔 김승준의 이름이 빠져있었다.
대신 7골을 넣은 제주 유나이티드 안현범과 5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 성남 FC의 골키퍼 김동준이 후보에 올랐다.
김승준과 울산 구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울산을 이끌었던 윤정환 감독(현 세레소 오사카)이 "후보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며 울분을 터뜨릴 정도였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정장까지 맞췄던 김승준은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고난은 계속됐다. 소속팀 울산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전북 현대와 대형 트레이드로 주력 선수들의 면면이 크게 바뀌었고, 신임 사령탑 김도훈 감독이 부임해 팀 색깔도 변했다.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출전하면서 동료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조직력은 흔들렸고, 팀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울산은 지난달 22일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무려 0-5 대패를 당했다. 26일 AFC챔피언스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선 0-4로 완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김승준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 차분하게 팀에 녹아들었다.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김승준은 "웨이트 훈련을 많이 하면서 시간을 기다렸고, 작년의 아픔도 떨쳐냈다"라고 말했다.
울산은 최근 단체 합숙 훈련을 하며 팀을 재정비했는데, 일련의 훈련 과정은 김승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팀에 녹아든 김승준은 그라운드에서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6일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 전반 31분 역습 상황에서 득점을 터뜨리며 올 시즌 마수걸이 포를 신고했다.
빠른 공수 전환 상황에서 수십 미터를 뛰어가 오르샤와 득점을 합작했다.
김승준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뒷공간에 약점을 가진 수원을 정밀 분석했다"라며 "이제 팀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올 시즌 첫 골도 기쁘지만, 팀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서 기분 좋다"라며 웃었다.
그는 "이제 다른 팀, 다른 선수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나와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것을 집중하려 한다"라며 "첫 골을 넣은 만큼 좀 더 많은 골로 팀 성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픔을 극복한 김승준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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