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패스트푸드 개점 금지 법안 승인…북부 도시 베로나 이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가 전통을 수호하고, 고유문화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케밥 등 패스트푸드 가게의 신규 개점을 금지한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네치아 시의회는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에는 케밥 등 외래 패스트푸드 음식뿐 아니라 조각 피자를 파는 가게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는 이번 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베네치아 시의 파올라 마르 관광국장은 "이번 조치는 베네치아의 문화 유산 보존 및 발전과 양립할 수 없는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 국장은 베네치아가 케밥과 다른 패스트푸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문제는 베네치아와 같은 관광 도시가 정체성을 잃을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장려해야 할 지역 음식과 상품이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도시의 정신을 유지하는 데 더 바람직할 뿐 아니라 환경적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패스트푸드나 테이크아웃 음식을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 주요 지점에서 먹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이런 음식들이 허용되는 '피크닉 구역'을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치아 당국은 현재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도시의 상징 산마르코 광장에서만 패스트푸드를 금지하고 있다.
베네치아에 앞서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로나도 전통 먹거리 보호를 위해 작년부터 신규 케밥 가게 개점을 금지했다.
또 중부 피렌체는 외래 음식에 맞서기 위해 유서 깊은 역사 지구에서 새로 문을 여는 식당들에 최소 70%의 식재료를 현지 상품으로 채우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한편, 연간 방문객 수가 2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베네치아 시는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현지인들의 일상적 삶이 위협받자 최근 산마르코 광장 입장객에게 입장료를 물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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