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가재도구가 뭐야, 남은 건 입고 있는 게 전부야"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 송두헌(84) 할아버지는 7일 날이 밝자마자 불에 탄 집을 찾았으나 "남은 게 하나도 없다"라며 망연자실했다.
아들과 함께 집을 찾은 송 씨는 "어제 4시쯤 연기가 심해 시내 큰아들 집으로 대피했는데 이렇게 됐다"라며 탄식했다.
이 집은 17년 정도 아내와 함께 살던 곳이다.
시골집이지만 아내와 마당에 잔디를 잘 가꿨을 정도로 온갖 정성을 쏟은 곳이어서 더욱 아쉬워했다.
불에 탄 집에 성한 것이라고는 한 개도 없었다.
모두 검게 그을리고 무너져 내렸다.
송 씨는 "아내 몸이 아픈데 이제 집까지 없어져 걱정"이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끝내 울먹였다.
집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뭔가라도 건져볼까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송 씨 집 인근의 전학표(57) 씨 집도 불에 타 폭삭 주저앉아 검게 탄 흔적만 남았다.
전 씨는 "4시 좀 넘어서 입은 채로 도망 나왔다"라며 "남은 거라고는 트럭하고 몸뚱이뿐"이라며 흐느꼈다.
이곳은 전 씨 부부가 아들하고 3명이 단란하게 30년 가까이 살던 곳이다.
좋은 집은 아니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뤘던 곳이다.
대피 장소 안내조차 못 받아 시내로 대피했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이 소실된 것을 알았다.
부부는 "앞으로 살 일이 걱정"이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씨는 "각종 서류, 문서, 가재도구 모든 게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집을 지키고 있던 개는 화마를 피했다.
집 뒷산의 아름드리 소나무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몇 해 전 2천만원 준다고 팔라고 한 것을 아끼는 소나무가 팔지 않았는데 이번에 모두 다 죽게 생겼다"라며 "그때 팔았더라면 소나무는 살았을 텐데"라고 소나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직도 연기가 솟고 있는 불에 탄 전 씨의 집에서는 산불 조심 깃발만 무심히 펄럭이고 있었다.
전 씨 집 주변의 목재 등을 사용한 옛날 집들은 모두 피해를 보았다.
성산면 관음리 외에도 강릉시 관문인 사임당로 주변의 가옥도 불에 타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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