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평가 뛰어넘나…생방송 토론서 뛰어난 언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달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이 방송 토론을 거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애초 자한기리 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 정도로 평가됐다.
개혁 성향인 그가 대선 직전 후보에서 사퇴해 '상관'인 중도파 로하니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그렇지만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열린 두차례 생방송 토론에서 보수파 후보의 공격에 굴하지 않고 '사이다'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다소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로하니 대통령보다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급상승한 인기에 힘입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지난달 28일 토론에서 보수파 유력 후보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을 향해 "군 장성 출신이어서 그런지 테헤란 시를 군인 정신으로 운영한다"면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칼리바프 시장에 투영했다.
강경 보수 인사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재임시 경직된 국정 운영으로 아직도 이란 국민 사이에서 비호감도가 높다.
칼리바프 시장은 토론에서 로하니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공세를 집중했는데, 경쟁자로도 여기지 않았던 자한기리 부통령에게 예상치 못했던 '펀치'를 얻어맞은 셈이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도 거침없었다.
그는 "작년 1월 주테헤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공격의 배후는 누구일까. 누가 이란 국민의 이익을 거스르면서까지 그 시위대에게 돈을 주고 (정치적) 이득을 얻었을까"라면서 예민한 사안도 거침없이 거론했다.
이어 "우리(로하니 정부)는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서 강경 보수파인 칼리바프 시장을 겨냥했다.
이달 5일 토론에선 "여성이 이란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는 계층"이라면서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존엄과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가장 진보적인 발언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2일 방송연설에서는 2009년 보수파 정부의 부정선거 시비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암시하면서 "그 기억을 말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침묵한다면 저들(보수파)은 우리가 잊어버린 줄 안다. 그런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개혁 세력에 호소했다.
이에 개혁 성향의 유권자는 환호했다.
한 이란 네티즌은 소셜 네트워크(SNS)에 "자한기리 부통령님, 대선에서 떨어져도 가끔 방송에 나와 우리에게 얘기를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첫 방송 토론 직후 이란 현지 언론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자한기리 부통령이 가장 토론을 잘했다는 응답이 60%를 넘는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자한기리 부통령의 존재감이 급부상하자 칼리바프 시장도 "이상한 현상"이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