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안철수, 새벽 가락시장으로…"민심 뒤집힌 것 느껴"(종합)

입력 2017-05-08 10:04   수정 2017-05-08 10:06

'뚜벅이' 안철수, 새벽 가락시장으로…"민심 뒤집힌 것 느껴"(종합)

수산물 경매시장서 '즉흥 연설'…"경제 살리는 게 정치하는 이유"

노원역서 출근인사 "초심 찾겠다"…수락양로원 들러 '어버이날 인사'

5일째 '걸어서 국민 속으로' 뚜벅이 유세…영상 조회수 200만 건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아내하고 찍었어. 틀림없이 될 거야. 힘내요"

8일 이른 아침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산물시장.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손을 한동안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수산물 도매상인은 멀리서 안 후보를 알아보고는 달려왔다. 안 후보 앞에 멈춰선 그는 "축하드립니다. 걱정마세요"라고 외쳤다.

지난 4일부터 닷새째 '걸어서 국민 속으로' 뚜벅이 유세를 펼치고 있는 안 후보는 이날 새벽 5시 33분 은색 카니발을 타고 농산물시장 동문 앞에 도착했다.

연두색 스트라이프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 카키색 트레킹화를 신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외투는 걸치지 않았다. 닷새째를 맞은 '뚜벅이 유세' 기간 분신처럼 함께한 검은색 배낭 역시 메고 있었다.

안 후보는 딸기향이 가득한 청과물 시장부터 들렀다.

동이 채 뜨지도 않은 시각이었지만, 바삐 움직이는 전자동 지게차와 상인들 간 물건을 거래하는 목소리에 시장 안은 꽤 시끄러웠다.

안 후보는 50대 남성이 운영하는 과일 가게에 들러 "이렇게 빨리 나오시려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하나요"라고 했고, 이 남성은 "1시에 일어난다.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대답했다. 안 후보는 "경제살리기에 온몸을 바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 상인이 기다랗게 늘어선 가게를 손으로 가리키며 "여긴 처음부터 안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자 안 후보는 "초심을 잃지 않을게요"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과일 시장에서 수산물 시장으로 넘어가는 길 초입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포켓몬 지갑'을 안 후보에게 건네주고는 사라졌다.

그는 "조카가 후보님 주라고 해서 제가 대신 왔다"고만 하고는 쑥스러워하며 자리를 떴다. 안 후보는 손바닥 크기 모양의 지갑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포켓몬이네요"하면서 가방에 재빨리 넣었다.

수산물 시장에서는 예기치 않은 '미니 콘서트'도 열렸다.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50대 남성은 건어물 경매가 한창 열리는 곳으로 안 후보의 손을 잡아끌었다.

경매장에 들어선 안 후보는 "경제 살리는 게 정치하는 이유다. 성실히 일하면 노후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기호 1번과 2번은 과거다.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달라"고 했다.

3분 남짓 진행된 '즉흥 연설'을 마치고 안 후보는 경매장을 빙 둘러앉은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10명 정도는 안 후보에게 "사전투표를 했다. 3번 찍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시장통을 걷다 기자에게 "3번 찍었다는 분이 너무나 많으시네요"라며 웃었다.

안 후보는 강아지를 안고 서서 안 후보를 기다리던 70대 노인이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고 하자 "네. 그러겠습니다. 저도 민심이 뒤집어진 걸 느낍니다"라며 노인의 손을 꼭 잡았다.

안 후보는 1시간가량 시장을 돌고는 지하철 노원역으로 향했다. 대선 전날 옛 지역구 주민들에게 '마지막' 출근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7시 10분께 노원역 9번 출구에 도착한 안 후보는 "노원, 대전 다 초심이죠"라고 말했다. 대선 전날 노원역에 이어 충청 지역으로 '뚜벅이 유세'를 떠나는 이유는 바로 초심을 다시 한 번 다지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녹색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은 안 후보 앞에 와서는 녹색 용기로 된 핸드크림을 직접 손에 발라줬다. 그는 "안 후보를 보려고 연차까지 쓰고 여기에 왔다"며 "국민이 이긴다! 사랑합니다!"라고 하고는 떠났다.

어떤 중년 여성은 카네이션을 들고 다가와 안 후보의 왼쪽 가슴에 달아주기도 했다. 이 여성은 "어버이날이니까 제가 달아드릴게"라고 했다.

안 후보는 출근길 인사를 마치고 곧장 인근에 있는 수락양로원으로 향했다.

산 중턱에 있는 이 양로원은 아침부터 안 후보가 온다는 소식에 들썩였다. 노인들은 안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로비를 수시로 오갔다. 기자에게 다가와 "언제 온대?"라고 묻는 할머니도 있었다.

안 후보는 난초6방, 국화13방 등 꽃 이름으로 된 방을 일일이 돌며 무릎을 꿇고 "어버이날이어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난초8방에 있는 노인에게 "몸은 좀 어떠세요? 지난번엔 편찮으신 것 같던데. 아휴, 좀 더 자주 찾아뵀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관계자는 "의원 시절일 때도 안 후보는 이곳에 자주 들렀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 양로원에서 가장 고령인 98세 이복려 할머니를 찾아뵙고는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박수로 맞이한 대나무18방의 한 할머니가 "당선 후에도 영광의 박수를 받으러 오실 거죠"라고 하자, 안 후보는 "네. 그러겠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슬리퍼를 벗고 떠날 채비를 하자 한 할머니는 "잘가요, 안철수"라며 배웅에 나서기도 했다.

안 후보 측에 따르면 안 후보는 이날 새벽에 일어나 아침 9시까지만 4천223보(2.91%)를 걸은 것으로 집계됐다. 나흘간 '뚜벅이 유세' 기간에는 모두 5만343보(34.76㎞)를 걸었다.

전날 지하철 2호선 주변 일대를 걸으며 유세한 안 후보는 이날 새벽 기자들과의 단톡방에 "5월 7일 1만868보 걸었고, 7.5㎞였다"는 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는 페이스북 라이브, 유튜브,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되고 있으며, 이 영상은 전날까지 조회 수 2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goriou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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