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아라비아의 길' 특별전 9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아라비아는 사람이 사는 제일 남쪽 나라이다. 유향, 몰약, 계피, 육계는 오로지 이 나라에서만 난다."
기원전 5세기에 활동한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저서 '역사'에서 아라비아 반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에게 아라비아는 세상의 끝이자 매우 풍요로운 땅이었다. 아라비아에서는 일찍부터 여러 문화가 교차하며 화려한 문명이 꽃피었다.
기원전 100만 년 전부터 20세기까지 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이 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아라비아의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첫 전시이자 사우디 관광국가문화유산위원회가 2010년부터 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순회전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13개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466건이 나온다.
전시 개막에 앞서 8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알리 알 갑반 사우디 관광국가문화유산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이라는 인식만 강하지만, 역사적으로 동서 교류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가 아라비아 반도를 통해 이동했고, 아라비아 반도에서 태동한 이슬람은 멀리 중국과 스페인까지 퍼졌다"며 "전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된 국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인상적인 유물은 다양한 석상과 메카 카바 신전에 있었던 문이다.
입구를 지나치면 사람 모양의 석상 3개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원전 4천∼기원전 3천년에 만들어진 이 석상들은 기다란 직사각형 돌에 눈과 코를 추상화처럼 간략하게 새기고, 허리띠나 팔을 부각한 점이 특징이다.
더욱 압권인 유물은 기원전 4세기∼기원전 3세기에 제작된 높이 185㎝ 내외의 남성상 3개다. 아라비아의 풍경을 배경으로 전시된 남성상은 아라비아 반도 북서쪽 울라 지역의 신전에서 출토됐다. 얼굴과 손, 발 부분이 떨어져 나갔지만, 울퉁불퉁한 근육이 잘 표현됐다.
메카 카바 신전의 문은 오스만 제국의 술탄인 무라드 4세(재위 1623∼1640)가 헌정했던 유물이다. 나무로 만든 높이 3.4m, 폭 1.8m의 문에 이스탄불에서 가져온 세밀한 장식의 은판을 붙였다. 이 문은 1947년까지 약 300년간 신전에 있다가 교체됐다.
장상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은 "카바 신전의 문은 이슬람의 상징과도 같은 문화재"라며 "수많은 이슬람교도가 이 문을 보러 메카에 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위대함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5부로 나뉜 전시에서는 이들 유물 외에도 180만∼100만 년 전의 석기를 비롯해 아라비아 반도에서 명멸했던 국가들이 창조한 토기, 비석, 금붙이, 동전, 생활용품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왕인 압둘아지즈 왕의 옷 등을 볼 수 있다.
장 과장은 "전시 제목처럼 아라비아 반도는 인류가 수없이 오갔던 길이자 향료가 유통되고,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던 곳"이라며 "흔히 서역, 중동이라고 하는 지역에서 아라비아가 어떤 위상을 차지해 왔는지 조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40여 년간 고고학 발굴이 활발히 이뤄져 놀라운 성과를 냈다"며 "이번 전시가 다양한 문화와 독특한 문명을 품고 있는 아라비아 반도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성인 6천원, 중고생·대학생 5천원, 초등학생 4천원, 유아·만 65세 이상 노인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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