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신문 "中 과잉생산 수출활로책이 '세계화 기수'로 떠올라"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덕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새로운 경제 구상이 뜻밖에 활력을 얻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시진핑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는 다양한 정책적 목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과잉생산의 활로를 수출로 뚫어보려는 데서 출발했다.
쉬산다(許善達) 전 국가세무총국 부국장이 2009년 중국의 수출 증대를 위한 수요 촉진 방법으로서 이웃 국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 것이 시초였다.
당초 일대일로 추진엔 미국과의 갈등을 비롯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의 보호주의적 정책이 각국의 우려를 낳으면서 오히려 일대일로가 자유무역의 보루이자 세계화의 기수인 것으로 비치면서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는 상황이 됐다고 SCMP는 평가했다 .
시 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때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일대일로에 힘을 실어줬으며 1년 후엔 일대일로 사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한 400억 달러(약 45조3천400억 원) 규모의 기금 설립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100개 이상 국가와 국제기관이 일대일로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 관련 지역 내 40여 개 니라와 양해각서(MOU) 및 업무협정을 체결했다.
파키스탄의 항구 과다르와 북쪽의 중국 국경선 사이를 개발하는 '경제회랑'은 현재 한창 진행 중이며 중국-러시아-몽골 경제회랑 건설 계획 요강도 채택됐다. 신(新)유라시아 대륙교를 구성할 철도 건설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코넬대 산쥔 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관련 지역 내 국제 무역을 촉진하는 대항마로서 일대일로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 지도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미국의 보호주의가 남긴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지역 내 많은 저개발 국가들도 기반시설 문제 해결을 돕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대일로에는 몽골과 라오스,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등 세계경제포럼(WEF) 기준 기반시설 수준이 하위 40위권에 속하는 국가와 기반 미정비로 악명 높은 세계 2위 인구 대국 인도 등이 포함돼 있다.
약 3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중국은 국제 투자자와 서방 금융기관이 무시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또 1천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500억 달러 규모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 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신개발은행(NDB)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케리 브라운 라우 차이나 인스티튜트 소장은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이 지역적, 세계적 역할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첫 시도"라며이 아이디어가 확실히 관심을 끌었고 중국 외부 세계와 전례 없는 교감을 형성한 점에서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아시아이코노믹스 대표는 일대일로가 다른 국가의 단기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겠지만, 잘 운영되면 장기적으로는 외국의 성장과 발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65개국과 세계 인구의 60%, 총생산의 3분의 1을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대일로를 통해 경제·정치·외교에서 일석삼조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중국은 일대일로가 자국 기업이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낙후된 서부 지역 발전 촉진과 과잉생산 수출, 새 경제 성장 동력 발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산당 통치 국가인 중국은 정치적으로 1990년대 초 구소련과 중·동부 유럽 국가의 붕괴 이후 이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정치적 동맹과 우방이 필요하며 비동맹 운동의 재개를 통해 개발도상국 세계에서 지도국 지위를 회복하기를 원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세계 유일 강국인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커진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지역적, 세계적 영향력을 확장함으로써 세계의 정치, 문화, 교역 중심지라는 역사적 지위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일부 외교전문가는 일대일로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원하는 중국이 주도하는 신 육상·해상 안전 협력 체계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미시건대 존 시오르시아리 국제정책센터 소장은 중국이 당분간은 경쟁국이 더 우세한 군사력을 행사할 해상을 통한 무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오르시아리 소장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테러와 분리주의 대응 노력의 일부라는 관측에 대해 무역과 투자에서 승자와 패자가 있으며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 증가가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포함한 인적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나티시스은행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일대일로와 관련한 핵심 사항은 이 정책이 일리가 있느냐가 아니라 대규모 사업에 들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다음 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국제 협력을 위한 일대일로 포럼에서 연설할 그는 "이 사업에 향후 5년간 5조 달러가 필요하고 이후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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