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론조사보다 최대 10%p 앞서며 르펜 지지율의 두 배
양자 TV토론서 르펜 압도한 후 지지율 가파른 상승세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장재은 기자 =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공식 집계결과 중도신당 '앙마르슈'(En Marche·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이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했다.
마크롱은 결선 라이벌 마린 르펜의 두 배 가량을 득표했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 최종 집계를 보면, 마크롱은 전날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2천75만3704표를 얻어 유효 득표수의 66.1%를 획득했다.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은 1천64만3천937표를 얻어 33.9%의 득표율로 마크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마크롱은 결선투표를 이틀 앞두고 집계된 마지막 여론조사들에서 나타난 24∼26% 포인트 차 승리 전망을 뛰어넘은 압승을 거뒀다.
설문조사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일간 르몽드의 공동조사에서 마크롱은 63%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크롱은 같은 날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조사에서도 62%,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의 공동조사에서 63%로 비슷한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선투표 나흘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된 양자 TV토론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압도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롱은 지난 3일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된 르펜과의 토론 맞대결에서 완전히 승기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토론 내내 비방과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전법으로 일관한 르펜을 상대로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말솜씨로 발언의 모순점을 짚어내는 등 르펜을 압도한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도 일제히 마크롱의 손을 들어줬다. 르몽드는 토론에 대해 "극우세력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토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상모략과 협박에 기대온 르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TV 토론 전까지 소폭 하락세를 보이던 마크롱의 지지율은 토론 이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런 모멘텀이 결선투표 당일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5일 밤 마크롱 캠프에서 해킹된 이메일이 대규모로 온라인에 유포되는 돌발 변수가 있었지만, 언론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들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캠프의 이메일, 업무문서와 가짜뉴스가 뒤섞인 문건이 돌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 자제를 경고했었다.
해킹의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 이메일 해킹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사는 러시아가 다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극우세력은 마크롱 캠프에서 유출된 문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동향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그간 친(親)러시아 성향을 보여온 극우성향의 후보 르펜을 향한 프랑스 유권자들의 경계심이 자극받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결선투표의 전체 유권자는 4천760만명 가량으로, 25.44%는 기권했다. 기권자 비율은 1969년 대선(31.15%) 이후 가장 높다.
이번 대선은 커져가는 정치 무관심에 더해 3일간의 연휴 한가운데 날짜에 치러져 기권율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투표 다음날인 8일은 2차대전 종전기념일로 프랑스에선 공휴일이다.
기권표가 많아지면 핵심 지지층이 마크롱보다 견고한 것으로 평가됐던 르펜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런 분석도 상당히 빗나갔다.
예상보다 기권율이 높아졌지만 마크롱은 여론조사들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득표율을 보이며 선전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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