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로 극한 대치해온 미국과 북한이 비공식 접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미국과 북한이 '1.5트랙' 즉, 북한의 당국자와 미국의 민간 전문가가 만나는 형식으로 극비 협의에 나선다고 일본 민영방송 TV아사히가 7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미사일을 몇 차례 시험 발사했지만 핵실험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반도의 '4월 위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북미가 접촉에 나서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로선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정세가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V아사히는 북한의 미국통으로 통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이 7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미국 측과 협의가 예정된 유럽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정부 고위 관리 출신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8∼9일 있을 것으로 알려진 이번 북미 접촉은 '반관반민' 성격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도 7일(현지시간) "미정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정부는 경제 제재뿐 아니라 군사력까지 동원해 초강경 대북 압박에 나섰고, 이에 북한도 강력히 반발해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랬던 북미가 비공식적이지만 처음 마주 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입안한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는 입장을 밝혀왔다. 더욱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달 1일 '상황이 적절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번 북미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당장은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는지 엿볼 필요가 있다. 북한도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급변하는 미국 조야의 대북 기류를 살피는 한편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고강도 대북제재의 '김'을 뺄 기회를 노릴 법하다. 미국은 비핵화 대화를 강조하고,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주장을 펼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기본적인 입장 차이 때문에 향후 북미 간 공식 협상으로 이어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일단 회의적이다.
우리로선 한국은 제쳐놓고 미국과 핵 문제를 풀려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이 통하지 않도록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 공유와 정책 협력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통일부는 8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미국 정부 외에 민간 차원 등 여러 경로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동향들도 주의 깊게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고강도 대북 압박과 대화 가능성이 혼재하는 복잡한 국면을 곧바로 맞이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좀 더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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