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은 사라지지 않는다…극우 '토양' 테러·이민 풀기 어려워

입력 2017-05-08 16:54  

르펜은 사라지지 않는다…극우 '토양' 테러·이민 풀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프랑스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사라지거나 위세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오히려 다음 달 11일과 18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FN은 의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있다.

이는 테러 위협, 이민, 실업 등 프랑스가 직면한 난제가 중도파인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르펜을 대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프랑스 극우파의 기세가 약해지려면 마크롱 신임 대통령이 이 문제들을 풀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르펜은 이번 대선에서 약 1천만 표 이상을 얻었다. 그것도 프랑스의 좌ㆍ우파가 힘을 합해 견제한 결과다.

르펜과 FN이 내세우는 주장과 정책은 반유럽, 반이민, 인종주의, 외국인혐오, 반유대인, 반이슬람이다. 프랑스 정치, 문화의 전통적 이상과 배치되는 이런 노선을 걷는데도 르펜에게 1천만 표 이상이 몰린 것은 극우적 주장과 이념이 프랑스 정치의 중심부에 이미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FN이 세력을 확대하고, 선거 때마다 득표가 늘어나자 좌ㆍ우 주요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FN의 정책을 점점 더 많이 수용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르펜의 대선 2차 투표 진출에 충격을 받거나 놀라워하는 정치가나 국민은 없다. 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온 것이다.

르펜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이 지난 2002년 대선 결선 투표에 진출했을 때 많은 국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극우는 안 된다"며 시위를 벌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극우파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FN이 지난 45년 동안 꾸준히 지지와 세력을 확대해왔다며, FN의 득표 증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FN의 주요 관심사이자, 지지 확대의 바탕은 점증하는 테러 위험, 늘어나는 이슬람계 이민, 만성 실업, 탈산업화, 경제력 쇠퇴다.

장-조레스 재단의 장-이브스 카뮈 소장은 "FN은 끝나지 않았다"며 마크롱이 집권했다고 해서 1~2년 내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세계화의 부작용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 다음 대선이 실시되는 2022년에 FN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르펜은 6년 전 부친에게서 당권을 물려받은 뒤 프랑스 지방선거, 유럽 의회 선거에서 선전을 거듭해왔다. 당원이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장도 배출했다.

대선을 치르면서 FN 내부에서는 노선, 선거운동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이 치열했다.

유로 탈퇴 공약은 우파 표를 가져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를 철회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르펜은 유세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확신에 찬 모습을 막판 TV 토론회에서 보이지 못하고 흔들리는 바람에 지지율이 떨어졌다.

FN의 젊은 당원들은 이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파 표를 끌어오려고만 하지 말고, 우파와 손잡음으로써 정권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FN의 국회 의석은 현재 전체 577석 중 2석에 불과하다. 프랑스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선에서 르펜을 지지한 1천만 표 이상은 총선에서 의석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FN은 이번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15석 확보를 목표로 한다.

대선 와중에 FN은 유럽연합(EU) 자금 30만 유로(약 3억7천만 원)를 당원 월급으로 전용한 혐의를 받았다. 르펜은 이에 대한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며, 총선 후 조사가 재개되면 소환될 수도 있다.

르펜은 총선 출마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FN은 근거지인 남부 프랑스뿐 아니라 북부, 북동부, 중부, 시골, 도시 근교에서 지지율이 확대됐다.

대선 1차 투표에서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으며, 경찰 등 공공 부문에서도 득표가 늘어났고, 35~49세 유권자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FN이 이런 지지를 의회 의석 확대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

k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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