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옥자'에 600억원 투자…유튜브도 빅뱅과 예능 제작
유료가입자 적은 국내는 SKB 옥수수만 관심 "올해 50억 투자"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국내외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자체 제작 영화·드라마·예능) 제작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직 국내 OTT 이용자들이 무료 서비스를 선호하지만, 흡입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들의 유료 가입을 유도해 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글로벌 OTT 기업과 달리 국내 업계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소극적이다.
앞으로 OTT 시장의 화두가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인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간의 경쟁력 차이가 더욱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 국내 최고 작가·감독·아이돌과 손잡은 넷플릭스·유튜브
국내 진출 1년을 넘긴 넷플릭스는 내년 초까지 공개될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달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개가 예정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미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이례적으로 국내 영화관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아직 영화관 개봉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좀비 사극 '킹덤'은 내년 넷플릭스의 기대작 중 하나다. 드라마 '시그널' 등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함께 제작한다.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국내 최고의 감독, 작가들과 일할 수 있는 배경은 적극적인 투자와 독특한 콘텐츠 제작·공개 시스템 덕분이다.
우선 투자비가 막대하다. '옥자' 제작비는 5천만달러(약 600억원)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시차를 두고 1회씩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제작 후 글로벌 가입자에게 특정 날짜에 모든 회차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다.
콘텐츠당 에피소드 개수도 지상파 미니시리즈보다 훨씬 짧다. 미니시리즈는 통상 16회지만 '킹덤'은 8회로 제작된다. 제작진에게 큰 부담이 되는 회차 연장도 없어 작가와 감독들은 넷플릭스 시스템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빅뱅이 출연하는 '달려라 빅뱅단!' 예능 콘텐츠를 제작해 지난달 27일 공개했다.
'달려라 빅뱅단!'은 유튜브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다.
편당 15분 내외로 제작돼 총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첫 번째 에피소드만 무료로 볼 수 있고 나머지 에피소드는 유료서비스인 '유튜브 레드' 가입자만 볼 수 있다.
'유튜브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글로벌 아이돌이 출연하는 한류 콘텐츠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유료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유료로 공개되는 에피소드의 경우 조회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무료로 공개된 '달려라 빅뱅단!' 1회는 지난 8일 기준 조회 수가 이미 433만을 넘어섰다.
◇ 국내 업체는 투자에 소극적…"틈새시장 찾고 정부지원 확대돼야"
오리지널 콘텐츠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해외 업체와 달리 국내 OTT 업체의 행보는 아직 소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업체의 경우 대부분 무료 가입자를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가입자도 무료 이용자가 훨씬 많다"며 "자체 제작 콘텐츠는 유료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이 큰데 아직 업체들의 관심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국내 OTT 업체 가운데 오리지널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곳은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IPTV 서비스인 '옥수수'가 거의 유일하다.
지난해 옥수수가 제작해 선보인 로맨틱 드라마 '1%의 어떤 것'은 1회당 20분 내외로 총 32회 제작됐다. 2003년 M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는데, 전체 조회 수가 600만이 넘어 인기를 끌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 14일 자체 제작한 로맨틱 드라마 '애타는 로맨스'를 공개했다.
또 전 레인보우 멤버인 지숙이 출연하는 쿡방예능인 '지숙이의 혼밥연구소'를 같은 달 26일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는 '지숙이의 혼밥연구소'에서 공개된 요리의 재료를 11번가에서 주문할 수 있는 비디오 커머스 서비스도 함께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는 앞으로도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자체 드라마 제작 개수를 6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2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올해는 두 배 정도 늘려 투자액을 50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OTT 업체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은 자금력을 앞세운 해외 업체의 대규모 콘텐츠 제작과 틈새시장(니치 마켓)을 노린 국내 업체의 소규모 콘텐츠 제작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곽동균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경우 최소한 아시아 시장을 고려해 제작하고 제작비도 미국 오리지널 콘텐츠와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 아니다"며 "그러나 해외 브랜드 파워가 없는 국내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규모로 투자해도 국내 시장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곽 연구위원은 "국내 OTT 업체들은 지상파에서 방영할 수 없는 웹드라마 형식의 콘텐츠 니치 마켓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며 "1인 창작자들이 만드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차기 정부가 이를 고려해 콘텐츠 판매 주요 시장인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풀어나가고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펀드 등을 조성해 투자금을 업체에 지원하고 일부 수익을 다시 펀드에 넣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ujin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