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뜨거웠던 22일간의 선거운동도 8일 자정이면 막을 내린다. 4∼5일 이틀간의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의 26.06%가 참여했다. 산술적으론 나머지 73.94%의 선택이 남아 있는 셈이다. 투표는 국민의 참정권을 행사하는 신성한 행위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에 따라 조기에 실시하는 보궐선거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탄핵에 이르는 과정의 혼란과 분열에 종지부를 찍는 '치유의 절차'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 관한 한 '기권도 선택'이라는 주장엔 그래서 동의하기 어렵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을 리 없지만 이번 대선은 헌정사적 관점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때는 3월 10일이다. 그 전에도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는 있었다. 하지만 공식화된 시점부터 따지면 불과 2개월 만에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유권자 4명 중 1명꼴로 사전투표를 한 것만 봐도 이번 대선에 쏠린 관심과 열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지지할 후보에 대해 충분히 알고 마음을 굳힌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선거 기간이 짧아 모든 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간 탓이 크다. 각 후보 공히 설익은 공약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겉만 보면 그럴듯한데 재원 확보 등의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한 공약이 허다하다. 상반된 주장이 충돌하는 후보들 간의 설전도 유권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현명한 판단을 돕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혼란만 부채질한 경우가 많다. 공약 외에 후보 신상 문제에 관해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여섯 차례로 횟수를 늘린 TV토론과 언론의 팩트체크도 애초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TV토론은 다섯 후보한테 균등히 적용한 방식부터 문제였다. 여기에다 '동문서답', '막말 반문' 같은 꼼수도 걸러지지 않아 후보들 사이의 변별력 확보가 어려웠다. 선거 막판엔 언론의 '팩트체크'에 맞서는 후보 진영의 자체 '팩트체크'도 등장했다. 대다수 유권자한테 이번 대선전은 이런 주장과 저런 주장이 맞서고, 팩트와 의혹이 뒤섞인 '혼란의 도가니'에 불과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는 선거전을 지켜본 유권자들한테 '현명한 선택'을 주문하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런 모순과 역설을 극복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현실적으로 봐도 선택의 결과를 향후 5년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 개개인의 소신에 따른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대선 후보와 소속 정당은 집권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각 후보의 득표 전략에 따라 온갖 정치공학적 구호를 떠들어 댈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까지 그런 '바람몰이'에 흔들리면 안 된다. 다음 대통령은 북한,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등 거의 국정 전반의 위기 국면에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 우선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누가 당선되어도 여소야대 국회와 국정을 협의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말로만 그럴듯하게 꾸민 '공수표'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진짜 통합과 협치가 절실하다. 그 연장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후보의 덕목이 정직함과 신뢰성이다. 정직하지 못한 후보가 늘어놓은 공약은 당장에만 달콤해 보일 뿐이다. 나중에 '헛공약'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실제로 비일비재하다. 선거 기간 드러난 각 후보의 언행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지금이라도 누가 진실한 리더인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투표를 해야 한다. 투표를 해야 유권자로서의 높은 시민의식도 빛을 발할 것이다.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힘은 유권자한테 있다. 그 불변의 진리를 입증할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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