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국토 최남단 섬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일부 유권자들이 기상악화로 바닷길이 막혀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내려진 풍랑주의보가 오후 4시께 해제됐으나, 마라도정기여객선터미널은 궂은 날씨로 인해 일찌감치 여객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 뒤였다.
또한 풍랑주의보 해제를 전후해서도 마라도 인근 해상에 2m 가까이 되는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이 불어 여객선은 물론 해경 함정도 마라도항에 접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마라도 주민들은 애초 오전 10시 30분에 마라도에서 출발하는 첫 여객선 편 등으로 약 10㎞ 떨어진 모슬포항으로 나와 대정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할 예정이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마라도 선거인 수는 108명이지만 실제 거주자는 50여명으로,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지난 4∼5일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 마감 시각은 오후 8시지만, 섬을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뱃길이 끊겨 20여 명은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됐다.
투표하지 못한 마라도 주민의 상당수는 60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악화로 마라도 주민들이 투표에 애를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치러진 4·13총선과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높은 파도가 몰아쳐 제주 본섬으로 나오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오후에 가까스로 섬을 빠져나와 투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이틀 전부터 마라도 주변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으나, 당일 새벽 풍랑주의보가 해제돼 주민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마라도의 경우 유권자 수가 적은 데다 이중 실제 거주하는 주민도 적어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마라도 거주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여객선을 타고 제주 본섬으로 나오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김은영 마라리 이장은 "예전에는 선거일에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으면 많이 애석해 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사전투표제도를 이용하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며 날씨가 급변하는 섬 지역일 수록 사전투표를 제대로 활용하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19대 대선의 제주지역 선거인 수는 총 51만4천264명으로, 모두 230곳 투표소에서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중 도서지역 선거인은 제주시 비양도 151명, 추자도 1천718명, 우도 1천618명, 서귀포시 가파도 207명, 마라도 108명 등이다.
마라도를 제외한 비양도와 추자도, 우도, 가파도 주민들은 섬 안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한다. 투표함은 정기여객선과 제주도청 어업지도선(기상 악화시 헬기)을 통해 제주 본섬으로 옮겨진다.
오후 6 현재 제주지역의 투표율은 68.1%(제주시 68.5%, 서귀포시 67.1%)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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