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지 못한 '비문연대'…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입력 2017-05-10 01:40  

힘 받지 못한 '비문연대'…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정치권, 연초부터 '개헌'·'反 패권' 기치로 연대 시도

潘낙마·후보들 동상이몽 속 연대시점 번번이 실기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결국 '비문(비문재인) 연대'는 없었다.

연초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독주에 대항하고자 '개헌'이나 '반(反) 패권'과 같은 기치로 다양한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대두됐으나 결과적으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애초 비문 주자들이 내걸었던 기치는 개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되면서 현행 헌법체제의 문제점으로 지목돼온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확산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개헌 동력을 불러일으키면서 개헌을 연결고리로 한 비문연대가 탄력을 받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헌을 통한 비문연대 움직임은 구심력을 상실했다.

올 1월 반 전 총장의 귀국 당시만 해도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을 문 당선인과 겨뤄볼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여겼다.

비(非)정치인 출신의 반 전 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이미 최고조에 달한 정치권 불신을 해소하고, 개헌을 매개로 비문 세력을 결집해 대권을 쥘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귀국 한 달 만에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헌을 통한 비문연대 시나리오는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이후에도 비문 진영에서 개헌의 불씨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각 대선주자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권력구조에 대해 저마다 다른 해법을 내놓으면서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갔고 결국 개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개헌을 통한 연대가 불발되자 이번에는 '반(反) 패권'이라는 기치가 등장했다.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친문(친문재인) 패권이 국정을 장악해 제2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질 것", "친박(친박근혜) 패권에서 친문 패권으로 사람만 바꾸는 '패권교체'"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미 개헌의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반 패권' 메시지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웠고, 도리어 유력 특정 후보 1인을 놓고 나머지 주자들이 이합집산을 시도하는 듯한 정치공학적 제스처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단일화 후보군에 속했던 플레이어들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로 전략적 이해가 상이한 이들 후보는 막상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에 들어서자 앞다퉈 단일화와 선을 긋고 나왔고, 이는 비문연대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안 후보는 지난달 초 본선국면에 접어들면서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타면서 문 당선인과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하고 자신의 자강론이 힘을 받자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홍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작아지자 유 후보와의 연대라도 추진하려 했지만, 유 후보가 바른정당 내 입지 축소에도 강한 완주 의사를 고집하면서 두 사람의 단일화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비문진영 입장에서는 '개헌'과 '반 패권'을 통한 연대의 타이밍을 번번이 실기해 서로의 손을 단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채 문 당선인에게 대권 승기를 내어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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