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美, 고통스러워도 北 핵보유국 인정하는 게 기초"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관영매체가 9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시간은 바로 우리의 편에 있다"며 자신들에게는 제재가 통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개인 명의로 '이성을 잃은 자들의 부질없는 객기'라는 제목의 논평을 싣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논평은 트럼프 행정부에 "우선 우리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충고'하며 "우리가 핵 억제력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인정하기는 고통스럽겠지만 우리 공화국은…(중략)…이미 여러 차례의 핵시험에서 성공하고 대륙간탄도로켓(ICBM)까지 가지고 있는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며 "이것을 인정한 기초 위에서 대조선(대북) 정책을 재검토하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논평은 북한과 외교관계 중단·격하를 요구하고 '제3국 제재' 불사를 밝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발언 등을 '부질없는 객기'로 치부하며 "경제 및 외교적 봉쇄로 우리가 스스로 물러앉아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지금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저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대국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어째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현시대는 대국들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미·중 공조도 에둘러 비난했다.
노동신문의 이날 논평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과 미국 관리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1.5 대화'가 열리는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 당국이 미측 인사와 만나 입장을 탐색하는 동시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자신들의 '기본선'을 끈질기게 주장하며 관영매체를 동원한 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