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페미니즘 역사 함께 한 여전사 '원더우먼'

입력 2017-05-09 14:17  

20세기 페미니즘 역사 함께 한 여전사 '원더우먼'

신간 '원더우먼 허스토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별 문양이 새겨진 왕관을 쓰고 어디선가 날아와 황금 팔찌와 마법의 검으로 악당을 처단하는 여전사. 빨간 상의와 파란 팬티, 빨간 부츠 차림을 즐기는 과다노출 패션.

1941년 미국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여성 슈퍼히어로 원더우먼은 자기모순적 캐릭터다. 20세기 중반 미국 페미니즘의 표상이면서, 번번이 사슬에 감기고 재갈이 물린 채 등장해 남성의 왜곡된 성적 욕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신간 '원더우먼 허스토리'(윌북)는 원더우먼 캐릭터를 탄생시킨 원작자 윌리엄 몰튼 마스턴(1893∼1947)의 삶을 전기 형식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 질 르포어는 메모와 편지, 가족 앨범 등 마스턴이 남긴 기록을 샅샅이 뒤진다. 저자가 들춰낸 마스턴의 생애는 원더우먼이 왜 그렇게 상반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한다.

마스턴은 원더우먼만큼이나 복잡한 인물이었다. 대학 때 여성인권 서클을 주도한 페미니스트였고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판에 발을 들였다. 거짓말 탐지기를 처음으로 고안한 심리학자이기도 했다. 몸무게 100㎏이 넘는 거구를 이끌고, 자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만화가는 아니었던 마스턴에게 만화출판사 DC코믹스가 자문을 맡기면서 원더우먼 캐릭터가 탄생했다. 총기까지 등장하는 슈퍼히어로 만화들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던 시기였다. 마스턴은 만화에 대한 공격에 맞서기 위해 진짜 필요한 건 여성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했다. "여성은 약점으로 인해 강점을 멸시당했습니다. 이를 해결할 명백한 방법은 슈퍼맨의 힘과 훌륭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매력을 전부 갖춘 여성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더우먼은 과다노출 때문에 전미문학심의기구의 금서 목록에도 올랐다. 원더우먼을 옭아맨 수갑과 족쇄·재갈·사슬은 여성 억압을 상징하는 은유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스턴의 은밀한 사생활이 좀더 직접 영향을 미쳤다. 그는 본디지(결박) 성애자였고 '여성은 묶이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2명의 부인, 4명의 자녀와 한 지붕 아래 살았다.

초능력에 아름다움과 지혜·공감능력을 겸비한 원더우먼 캐릭터에는 마스턴의 '여성우월주의'가 반영됐다. 그는 수백 년 안에 미국이 모계사회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우월한 능력을 상징하는 원더우먼은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1972년 미국 페미니즘의 대모 격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창간한 잡지 '미즈'는 원더우먼을 표지모델로 실었다. 다른 진영에서는 원더우먼이 여성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비난이 나왔다.

마스턴은 1947년 암으로 숨졌다. 그러나 원더우먼은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논쟁적 아이콘으로 부활을 거듭하고 있다. 저자는 원더우먼이 190∼1910년대 페미니즘의 산물이자 1960∼1970년대 페미니즘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다음달에는 영화 '원더우먼'이 국내에 개봉한다. 박다솜 옮김. 464쪽. 1만7천5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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