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개혁 실적에도 인종·종교 벽 넘지 못해…정치적 음모의혹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려 낙마한 중국계 기독교도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방법원은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9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이 구형한 보호관찰 2년보다 훨씬 강한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는 피고가 의도적으로 신성모독을 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7/05/09//PEP20170509078601034_P2.jpg)
![](http://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7/05/09//PEP20170509081401034_P2.jpg)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 나왔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아혹 주지사는 작년 9월 27일 자카르타 인근 플라우 스리부 리젠시(군·郡) 주민들과 대화하던 중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언급했다가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렸다.
코란은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고 가르치는 만큼 아혹 주지사에게 투표할 수 없다는 말에 "해당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았다면 내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것이다.
아혹 주지사의 재선에 반대해 온 이슬람 강경파는 그가 코란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하며 자카르타 도심에서 10만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를 거듭 열었다.
이로 인해 작년 초 59%에 이르렀던 아혹 주지사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고, 결국 지난달 19일 열린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결선투표에서 무슬림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ap/2017/05/09//PAP20170509092301034_P2.jpg)
그러나 인도네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상대 후보 진영이 정치적 의도로 논란을 부풀린 측면이 크다면서 그의 발언이 신성모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아혹 주지사로 대표되는 신진개혁세력에 대한 기득권 층의 반격이 가시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빈민가 출신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기반이 없는 조코위 대통령이 독자적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데 위기감을 느낀 기득권 세력이 무슬림 강경파를 배후조종해 그의 정치적 동반자인 아혹 주지사를 제거했다는 주장이다.
아혹 주지사는 판결 직후 동부 자카르타 치피낭 교도소로 옮겨져 수감됐다.
아혹 주지사 측은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인도네시아 법체계상 최소 20일 뒤에나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혹 주지사의 임기는 올해 10월까지이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자카르타 시정은 당분간 부지사 대행 체제로 꾸려질 전망이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