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투표율 전국평균 못 미쳐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보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은 몰표 현상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중도·진보 성향 후보들이 역대 대선에서보다 선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분열하면서 지역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투표 직전까지 찍을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일부는 아예 투표를 포기해 투표율 저조로 이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 마감 결과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45.3% 득표율로 1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1.7%로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4.9%),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2.6%)가 뒤를 이었다.
경북에서는 홍 후보가 48.6%, 문 후보가 21.7%, 안 후보가 14.9%, 유 후보가 8.7%를 얻었다.
보수 진영에서 볼 때 역대 대선과 다른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보수 성향인 홍 후보와 유 후보 득표율을 합하더라도 대구에서 57.9%, 경북에서 57.3%에 그쳤다.
18대 대선 보수 단일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80.1%, 80.8%를 득표했다.
17대 대선에서는 보수 성향 후보(한나라당 이명박·무소속 이회창) 득표율이 대구 87.4%, 경북 86.3%에 달했다.
16대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구에서 77.7%, 경북에서 73.4%를 얻었다.
진보성향 후보들에게 난공불락 철옹성 같던 대구·경북 표심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보수층 분열 양상은 투표율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대구(77.4%)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번째, 경북(76.1%)은 12번째다. 대구는 전국 평균(77.2%)을 조금 넘었지만, 경북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18대 대선에서 대구(79.7%), 경북 (78.2%)은 각각 2위, 4위를 차지했다.
16대 대선 이후 대구·경북 투표율이 전국평균에 못 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채장수 교수는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대구·경북 유권자 15∼20%가 진보 성향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지지율이 36% 안팎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역 청년층에 진보성향은 뚜렷해졌지만, 고령층은 보수 후보 분열로 확실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해 투표에 참여할 동력이 크게 약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런 보수 성향 약화가 내년 지방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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