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서 시작해 '沈바람' 일으켜…두자릿수 득표는 실패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대권 도전도 막을 내렸다.
심 후보가 지난 1월 19일 국회에서 "국민의 삶을 바꾸는 근본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하고 이달 9일까지 본격적으로 대통령 당선의 꿈을 향해 달린 지 111일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개혁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대권에 도전한 심 후보는 기대에 못 미친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과는 거뒀다.
애초 여론조사에서 2∼3%대 지지율로 시작한 심 후보는 TV 토론 선전으로 지지율이 7∼9%대로 급등하며 '심(沈)바람'을 탔고, 두 자릿수 득표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심 후보는 10일 오전 1시 기준 60%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5.8%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선거 막판 문 당선인 측이 '사표론'을 내세워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면서 사표 심리가 작용한 것이 두 자릿수 득표 실패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심 후보는 대선에서 역대 진보정당 대선후보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고 두 자릿수 득표를 넘본 것만으로도 소득은 있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중도 사퇴하며 진보정당의 한계를 보였다면, 이번 대선을 통해 진보정당의 대중화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측면에서 심 후보의 완주는 의미가 크다.
심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정의당은 합리적 노선이 준비됐다. 2020년 진보정당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로드맵이 있다"며 진보정당의 비전을 제시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심 후보에 대한 지지는 진보세력이 과거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극복해 현실적 대안세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국민이 기회를 준 것"이라며 "정의당의 영향력이 새 정부에서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존재감을 잃던 진보정당이 심 후보의 선전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심 후보는 그간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던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번 대선에서 개혁과 복지라는 진보의 의제를 제시하고 대선 이슈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 후보가 증세를 통한 복지, 선거제도 개혁, 청년 일자리 공약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공론화하면서 다른 대선후보들의 노선과 정책을 선명화했다고 심 후보 측은 분석했다.
아울러 정의당은 '포스트 대선' 정국에도 참여할 길이 열렸다.
새 정부가 통합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심 후보의 높아진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거기에 심 후보와 정의당 역시 야 3당(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공조를 강조해 왔기에 국정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대선 동안 문 당선인의 개혁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향후 문 당선인의 개혁을 '촛불 민심'에 가깝게 유도할지 주목된다. 문 당선인이 구성하는 내각에 심 후보와 정의당 인사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유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심 후보는 개인기를 통해 대중적 신뢰도를 얻었고, 정치적 성장을 이뤘다"면서 "지분을 갖고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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