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비용 증가·가입자 감소 '이중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강화로 도약 모색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월트 디즈니가 계열사인 스포츠 채널 ESPN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유료 케이블 가입자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실시간 스포츠 중계에 나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업체가 늘어나면서 무한경쟁 속에 수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월트 디즈니사의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ESPN의 매출은 41억 달러(약 4조6천580억 원)로 3% 늘었다. 하지만 영업수익은 3% 떨어진 18억 달러(2조 450억 원)를 기록했다.
영업수익 하락은 프로그램 제작비 증가에서 비롯됐다. 대학풋볼 플레이오프 경기의 일정이 변경된 데다 NBA(프로농구협회) 중계권료가 대폭 상승한 탓이다. ESPN은 지난달 말 유명 캐스터와 앵커 등 100명을 감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SPN이 프로그램 제작비 상승뿐만 아니라 케이블 가입자가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시청자들은 이제 스포츠 이벤트를 보기 위해 TV 수상기 앞에 앉지 않는다. 실시간 생중계를 하는 스트리밍 업체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위터는 스포츠 실시간 중계의 범위를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 MLB(프로야구), NHL(북미 아이스하키), PGA(프로골프)와 실시간 스트리밍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부터 NFL(프로풋볼)의 목요일 저녁 경기를 방송한다. 훌루와 유튜브도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디즈니로서는 ESPN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온라인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ESPN의 콘텐츠를 통한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휴대전화 앱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훌루·유튜브·AT&T 등 인터넷 사업자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이거 CEO는 "향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우리의 미래이자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는 단지 케이블·위성 TV를 백업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주력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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