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필리핀 '밀월' 구가…남중국해 대립 대신 공동개발·경제협력 초점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개최한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회의.
이번 회의에서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개국의 인권상황이 우선 논의 대상에 올랐지만 가장 큰 관심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쏠렸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최소 45개 유엔 회원국이 필리핀의 마약 유혈 소탕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호주와 독일, 프랑스 등은 필리핀에 초법적 처형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측근인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상원의원이 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통해 "두테르테 정부는 항상 법치를 추구하며 국가가 지원하는 살인은 없다"고 강변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그러나 22번째로 발언권을 행사한 중국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지지한다고 홀로 목소리를 높였다.
마자오쉬 중국 대표는 "불법 마약을 척결하기 위한 필리핀 정부의 전체적인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며 "국제사회가 필리핀 주권을 존중하고 불법 마약과 싸우는 필리핀을 지지하자"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인권 신장과 보호를 위한 필리핀의 끈질긴 노력과 그동안 이룬 뛰어난 성과를 높게 평가한다"고 두테르테 정부를 치켜세웠다.
이는 두테르테 정부 출범 이후 무르익는 중국과 필리핀의 밀월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필리핀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판소(PCA)의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중국에 판결 이행을 압박하지 않고 대신 경제·방위 지원을 끌어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우리를 적이 아닌 형제로 대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태도를 환영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는 14∼15일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에 참석차 중국을 방문, 필리핀의 열악한 인프라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중국은 이에 화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정부는 2020년까지 교통, 수자원, 하수도 등 인프라 개발에 720억 달러(81조8천억 원)를 투입할 계획으로, 재원 조달에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우스춘(吳士存) 남중국해연구원 원장은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에 협력 확대를 요청하고 양자 대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우 원장은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를 어떻게 같이 보호하고 공동 어업구역을 개발할지, 해양 조사와 구조활동을 개선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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