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회 기자간담회…"1999년부터 100개 코너 소화…가슴 찡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KBS 2TV '개그콘서트' 19년 역사의 산증인을 한 명만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김준호를 외칠 것이다. 그는 1999년 9월 4일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개콘'을 지켜와 '개콘 보스'로도 불린다.
김준호는 '개콘' 900회를 맞아 10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BS 공채 14기 개그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1회부터 작년 11월까지 계속 달려왔는데 900회 무대에도 서게 되니 가슴이 찡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9월 4일 첫 방송도 정확히 기억했다.
"'사바나의 아침' 코너에서 '어리버리' 캐릭터를 맡았었는데 당시에는 저라는 개그맨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그러다 2000년대 초반에 '이장님'이란 코너로 김준호 이름 석 자가 알려지게 됐고, 그때쯤 동료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짜면서 개그란 걸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같은 채널의 버라이어티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과 '개콘' 중 어느 프로그램에 더 애착이 가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다 유머로 마무리했다.
"지금은 '개콘' 무대에 서 있으니 '개콘'이라고 말하고요. '1박2일'에 가면 또 '1박2일'이라 하고요. 이래서 제가 별명이 '스티브 얍스' 아닙니까. 하하. '개콘'은 19년간 해왔고 '1박2일'은 4년 차인데 둘 다 제게는 참 소중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콘'의 터줏대감으로서 전성기만 못한 시청률도 솔직히 인정했다.
김준호는 "제가 잠시 SBS TV '웃찾사'에 갔을 때 '개콘'의 시청률이 30%를 돌파했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SNS와 케이블 채널을 많이 보는데, 시청자층이 많이 분산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개콘' 뿐만 아니라 '1박2일' 등 모든 예능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개콘'은 항상 3∼4년을 주기로 시청률이 오르락내리락했다"며 "똘똘 뭉쳐서 아이디어를 짜는 후배들을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준호는 결국은 재미있는 개그로 대결해야 한다면서 그를 위해서는 개그맨들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수들도 앨범을 낸 뒤 잠깐 쉬고 다시 나오듯이 개그맨들도 가끔은 머리를 식혀야 퀄리티 있는 개그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19년간 약 100개의 코너를 했지만 그중에 대중의 머릿속에 남은 건 15∼20개에 불과하거든요."
김준호는 이날 새롭게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KBS 개그맨을 대표해 인사하며 '즉석 섭외'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KBS 여의도 본관 쪽으로 오신다고 해서 편하게 오시라고 전 옆길로 들어왔다"고 너스레를 떨며 "우스운 대통령보다는 우리를 웃겨주는 대통령, '개그콘서트'에도 나올 수 있는 대통령이 돼주시길 바란다. 나와주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정치풍자를 하거나 하면 알게 모르게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였는데 앞으로는 선진국의 코미디 프로처럼 당연한 것은 당연하게 개그 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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