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녹색을 찾기 어렵다, 아직도 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10일 드론을 띄워 살펴본 강릉산불 피해지는 한창이어야 할 신록이 사라지고 없었다.
숲은 녹음이 사라지고 갈색, 잿빛으로 변했다.
아흔아홉 구비가 시작되는 대관령 기슭의 성산면 어흘리.
이곳은 6일 산불이 발생한 곳이고 7일 진화했다가 불씨가 되살아나 재발화한 곳이다.
과거 산불이 나 조림이 이뤄진 곳이지만 이번에 다시 잿더미로 변했다.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통 시커먼 색이다.
화마가 비켜간 것인지 아직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며 녹색을 품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잿더미 속에서 아직 녹색을 머금은 몇몇 나무는 오히려 애처롭다.
삶과 죽음이 함께하고 있다.
아흔아홉 구비 대관령의 자랑인 울창한 산림이 사라질까 걱정이다.
구절양장 도로를 차들이 며칠 전 대형산불 발생을 모르는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히 지나친다.
가옥 피해가 컸던 성산면 관음리 일원은 더 황폐한 모습이다.
마을을 관통한 도로 양쪽으로 무너져 내린 가옥이 처참하다.
폭탄을 맞은 것처럼 똑바로 서 있는 게 하나도 없다.
화마가 덮쳐 무너진 가옥과 화마를 피한 집이 대조를 보인다.
잿더미로 변한 산에 하얀 아카시아 꽃이 그나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 뒷산을 지키던 아름드리 소나무 몇 그루도 화마를 이기지 못했다.
심한 곳은 검정 카펫을 깔아 놓은 듯 화상이 심했다.
화마를 견딘 곳과 할퀴고 간 곳에서는 생존과 죽음의 경계선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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