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르펜 조카 돌연 "총선 불출마"…르펜과 불화설 등 추측 분분

입력 2017-05-10 16:52  

佛 르펜 조카 돌연 "총선 불출마"…르펜과 불화설 등 추측 분분

측근 "최근 몇달간 르펜과 관계 급속히 악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에서 패배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27)이 이모의 선거 패배 직후 돌연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모의 뒤를 이은 차세대 여성 극우 정치인으로 주목받아온 그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전해지자 이모와의 불화설, 당내 권력 암투 패배설 등 추측이 분분하다.

10일 르몽드에 따르면 마리옹은 프랑스 대선이 끝난 직후 자신의 지역구 보클뤼즈의 지역 일간지에 서한을 보내 오는 6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그는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 지역의 국민전선 지구당 위원장도 사퇴하겠다고 했다.

마리옹은 외할아버지인 장마리 르펜(88)이 창당한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소속 하원의원 두 명 중 한 명으로, 이번 프랑스 대선 국면에서 르펜의 '비밀병기'로 불릴 만큼 당내 입지와 대중적 인기를 두루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모인 마린 르펜이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극우 발언을 자제해온 것과 반대로, 마리옹은 낙태와 동성결혼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강한 어조로 반(反) 이슬람 정서를 표출하는 등 FN의 핵심 지지자들에게는 '스타'였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2012년 22살의 나이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정계에 등장해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다.

정계 은퇴 이유로 마리옹은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었고 3살인 딸을 위해 육아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여러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리옹의 한 측근은 르몽드에 "최근 몇 달간 르펜과 마리옹이 급격히 사이가 안 좋아졌다"며 이모와의 불화설이 불출마 결심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르펜은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집권하면 조카인 마리옹을 요직에 기용하지 않겠다면서 마리옹이 너무 고집이 세고 경험도 부족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마리옹은 르펜의 '오른팔'로 불리는 FN 부대표 플로리앙 필리포와의 당내 경쟁 구도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녀를 발탁해 지역구에 공천까지 해준 외할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변절"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당에서 가장 인기 있고 촉망받는 스타가 사라지면 이번 총선에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마리옹이 그런 계산을 미리 했기를 바란다. 총선이라는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매우 나쁜 결정"이라고 말했다.

마리옹은 이번 총선 불출마가 정계 은퇴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서한에서 "좋은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정치 말고도 다른 좋은 경험들이 있어야 한다. 정치를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 고통에 무관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옹의 불출마 선언과 이모와의 불화설 등이 국민전선의 결속력과 총선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르펜은 대선 패배 직후 당명 변경 추진 등 당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르펜이 당에서 극우 이미지와 반(反)유대주의 색채를 지우려 해온 것을 고려하면, 그가 밝힌 당 쇄신은 극우성향을 일정 부분 탈피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르펜보다 더 강한 극우 색채를 띤 마리옹이 당에서 밀려나는 것으로 비치면 국민전선의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르펜의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흘러나오는 등 내분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르펜은 조카의 불출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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