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화마는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봄을 삼켜버렸다.
10일 찾아간 점리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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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동남쪽에 자리 잡은 점리는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유명하다.
수령 50년이 넘은 소나무가 하늘을 가린 곳이다.
울창한 숲 속은 딱새 터전이다.
봄은 딱새가 짝짓기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짝을 찾아 바삐 움직여야 할 딱새가 보이지 않았다.
사랑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점리의 봄은 침묵했다.
꽃을 찾아 분주히 날아야 할 나비와 벌도 사라졌다.
콘크리트 마을 길 옆에 활짝 핀 지느러미엉겅퀴 꽃 위에도 나비가 없었다.
지느러미엉겅퀴는 나비가 많이 좋아하는 꽃이다.
고요한 봄 숲 속 여기저기에는 죽음의 검은 색이 내려앉았다.
산불이 할퀴고 간 상처다.
김부래 산악인은 "소나무가 불에 약하기 때문에 화마의 손길을 탄 소나무는 대부분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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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중턱에서 농사를 짓던 농가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 농가는 너와집이었다.
처마 밑에 걸어두었던 호미는 나무 손잡이가 모두 탄 채 쇠붙이만 남았다.
부엌 아궁이를 지키던 가마솥도 무너진 진흙 벽돌 사이에 나뒹굴었다.
구봉산 자락 깊은 숲 속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산불이 덮친 지난 사흘간은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오후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더니 7일과 8일에는 불길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라며 "일단 새끼 밴 소를 집안으로 들이고 온종일 집에 물을 뿌렸다"라고 말했다.
그가 사는 집도 너와집이다.
숲이 울창한 산간지대나 화전지역 전통 가옥 너와집은 외양간이 집 안에 있다.
'여름 무더위·겨울 강추위'라는 산간지역 기후 영향이다.
그는 집 앞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숲을 가리키며 "푸른 숲 곳곳에 울긋불긋하게 보이는 나무는 모두 불길이 스쳐 간 것"이라며 "삶의 터전이자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숲을 사라지게 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58세인 그는 이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와 함께 산불을 이겨낸 소와 강아지도 지친 듯 집 마당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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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계속된 삼척 산불로 산림 270㏊가 잿더미로 변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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