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하도급대금 미지급 해결에만 골몰…구조적 문제 못 건드려
문 대통령, 하도급 고용 개선 공약…근본 해결책 나올까 관심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에서 보장받는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합니다. 이러니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하도급업체들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대기업과의 거래 과정에서 느껴야 하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많은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에 "가까스로 숨만 쉴 수 있는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보장하고 있어 새로운 인재나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공동 특허를 요구하는 등 기술유용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1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공정거래 분야 정책 중 대기업 감시 정책 외 다른 한 축은 바로 하도급 거래 정상화다.
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주로 임금 체불 금지, 안전관리 의무 준수 등 하도급업체의 고용 여건 개선과 관련이 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 직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임금 체불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간접고용에 대해서는 근로 조건을 결정할 때 하도급업체뿐만 아니라 원도급업체도 '공동사용자'로 책임을 나눠서도 지도록 했다.
최근 삼성중공업[010140]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를 언급하면서 상시적인 유해·위험 직업의 사내 하도급은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도급업체의 열악한 고용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원도급업체에 과도하게 편중된 힘의 불균형을 깨고 하도급 거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정위는 주로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이런 정책 방향은 '법에 정한 기한 내 대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하도급업체에 가장 절실한 문제'라는 청와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가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에 집중해 조사를 하다 보니 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하고 기계적인 해결에만 급급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도급대금 미지급은 주로 2차 하도급 이하 중소기업 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하도급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도급 거래 분야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상당 부분 1차 원도급업체인 대기업과의 불평등한 거래 관계에서 비롯되지만 정작 대기업들은 관련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셈이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정책과 함께 하도급정책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새 정부의 하도급 거래 감시 체계도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일각에서는 하도급 거래 정상화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약했던 대·중소기업 간 초과이익공유제로 논의가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도급업체의 합당한 영업이익률을 보장해 대기업에 대한 '과의존' 구도를 개선함으로써 대기업의 착취 요인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도급정책은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개선을 추진할 분야 중 하나"라며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의 이익률을 착취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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