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해단식…당직자들 일일이 포옹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10일 오후 3시 정각,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46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패배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앞둔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봄 햇볕 아래 선거 유세로 얼굴은 저마다 검게 그을려 있었다.
200석 넘게 마련된 자리는 금세 꽉 찼고, 의자가 부족해 김관영·김중로 의원 등은 일어선 채로 해단식 채비를 마쳤다.
이윽고 안 전 후보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의원과 당직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안 전 후보가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 내려오며 당원들의 손을 꼭 쥘 때마다 박수 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어 박지원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안철수 후보에게 이 자리를 빌어 우리가 미흡했다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당내 경선의 경쟁자였지만 그 누구보다 선거운동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손학규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비록 졌지만 전국을 다니며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가 충만함을 느꼈다"고 안 후보를 위로했다.
안 전 후보가 이어 아이패드를 꺼냈다. 연설할 때 항상 종이원고 대신 가지고 다니던 물건이었다.
안 전 후보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저는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겠다. 오히려 패배의 경험을 대한민국의 미래와 변화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소회를 밝혔다.
'제19대 대통령 후보'로서의 마지막 연설이 끝나자 회의장은 다시 한 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 무렵, 박 위원장은 안 전 후보에게 새하얀 꽃다발을 안겼다. 이를 지켜보던 안 전 후보의 '정치적 동지' 김성식 의원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안 전 후보가 입장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가 채 안 됐지만, 해단식이 끝나고 회의장을 나가기까지는 5분 넘게 소요됐다. 눈물을 훔치는 당직자들을 하나하나 안아줬기 때문이다.
그는 회의장 밖에서 질문하려고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특유의 수줍은 목소리로 "언제들 재배치 되세요, 오늘까지세요?"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이후 박 위원장 방에서 20분간 대화를 나눈 안 전 후보가 국회를 떠나려 은색 카니발 차량에 올라탄 시각은 오후 3시 55분.
마지막까지 차량을 둘러싼 자원봉사자들에게 안 전 후보는 일일이 손을 흔들었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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