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관객 만나는 영화 출품 제한
(서울·파리=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김용래 특파원 = 내년부터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상영되는 영화의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작 출품이 금지된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넷플릭스가 투자한 올해의 경쟁부문 진출작 '옥자'는 이달 17∼28일 진행되는 칸영화제에 예정대로 초청된다.
칸 영화제조직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2018년 영화제부터 프랑스 내 상영관에서 개봉하기로 한 영화들만 경쟁부문에 초청하도록 규정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계는 "전통적인 상영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영화들을 초청해선 안 된다"며 반발해왔다.
프랑스의 전국영화배급자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칸영화제에 진출한 넷플릭스 영화들이 영화 생태계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들이 가장 중요한 관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칸영화제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노아 감독과 봉 감독의 영화를 경쟁부문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난달 발표한 대로 영화제에 초청될 것"이라고 밝혔다.
칸영화제 측은 이어 "영화의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을 환영하지만 프랑스와 전 세계에서 영화의 전통적인 상영방식을 존중해주기 바란다"면서 "내년부터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하려면 프랑스 내 상영관에서 개봉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영화들이 극장에서 상영된 뒤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나 온디맨드(On-demand) 형식으로 출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영화의 전통적인 상영방식을 중시한다.
칸영화제 조직위와 넷플릭스는 초청작의 개봉관 상영 문제를 놓고 협상해왔지만,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서비스로 영화를 출시하는 당일에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프랑스 영화배급자 협회 등은 이를 거부했다.
칸영화제 측은 "넷플릭스의 영화들이 프랑스의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허사였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영화는 전통적인 극장 배급 방식이 아니라 동영상을 통해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기존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 '옥자'는 오는 6월 한국에서는 개봉관에서 상영되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넷플릭스 서비스로 공개된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칸의 새 방침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득권층이 우리를 배척하려고 똘똘 뭉쳤다"면서 "6월 28일 넷플릭스서 '옥자'를 보라. 극장 체인들이 우리의 칸 경쟁 진출을 막으려고 하는 환상적인 작품"이라고 썼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친구인 거대 동물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넷플릭스가 560억원을 투자하고,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했다.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과 한국의 안서현, 변희봉 등이 출연한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100% 출자한 만큼 한국영화사가 20% 이상 출자해야하는 영화진흥위원회 '공동제작 영화의 한국영화 인정' 규정에 따라 한국에서는 미국 영화로 분류된다. 칸 영화제 공식홈페이지는 옥자를 소개하면서 '감독'으로 봉준호를 표시하고 '국적'으로 한국, 미국을 병기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는 뉴욕을 무대로 한 코미디 영화로, 벤 스틸러와 애덤 샌들러, 에마 톰슨 등이 출연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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