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코스피는 10일 장중 2,300선을 한때 넘어서기도 했지만, 대거 쏟아진 차익실현 매물 탓에 1%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그런데도 외국인 투자자는 1천100억원 순매수세를 보였다. 올 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7조4천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월별로 보면 4개월 연속 강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가증권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탄탄한 기초여건과 매력적인 가치평가를 꼽을 수 있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 업종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 4월에는 역대 2위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이익추정치 개선흐름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뚜렷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으로 한국의 주당순이익(EPS) 연간 성장률은 약 25%로, 동아시아 주요 국가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MSCI 지수 기준 한국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1배로, 12.1배 정도인 신흥시장(EM) 지수의 75%밖에 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신정부 출범 이후 기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나 미약한 주주환원정책 등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 역시 외국인 순매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소위 '박스피' 상단 탈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는데, 사실 2007년 이후 유가증권지수가 신고점 돌파를 시도한 사례는 총 3번밖에 없다.
이번 사례를 제외하면 2007년 2월과 2011년 1월, 두 번이다. 투자 주체별 수급이나 상승, 하위 업종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수급 측면에서 두 사례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순매수세가 관찰됐고, 증권, 은행 등 금융 업종이 업종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점 역시 비슷했다.
하지만 두 사례는 거래량 측면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결국, 이는 두 국면의 상승지속 기간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2007년 2월 이후 유가증권지수 일평균 거래량은 6개월간 약 85% 증가했지만, 2011년 상반기에는 거래량이 19.5% 감소했다.
거래대금 역시 2007년 상반기에 약 70% 증가했지만, 2011년에는 11% 정도 감소했다. 거래대금의 차이점은 상승지속 기간의 차이를 불러왔다.
2007년에는 190거래일 가량 상승세를 지속했다. 2011년에는 82거래일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 상승은 2011년보다 2007년 사례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판단된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뚜렷한 기업이익 개선세가 관찰되고 있고, 완만한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세가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휴 때문에 하락했던 거래량이 회복되면 상승세에 추가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5월에는 증시를 팔라'는 격언도 있지만 2000년 이후 유가증권지수의 5월 수익률은 -0.1%로 보합권에 속한다.
다만 이번 상승장이 대형주나 특정 업종에 의존하는 경향은 불안 요소다.
5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4조6천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조2천억원 가량 증가한 데 비해 일평균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은 시장이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단일 종목인 삼성전자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존도는 랠리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지수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6.3%로,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인 10.1%보다 4%p 가까이 낮다.
결국, 이번 상승 기조가 장기화하려면 대형주에 집중된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퍼져야 하고, 그 전제 조건은 거래량 증가다.
(작성자: 한국투자증권 송승연 수석연구원, seungyeon.song@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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