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3억7천만원 배상"…'세퓨' 제조사는 폐업, 국가 상대 청구는 기각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23개월 된 아이를 잃은 아버지에게 제조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폐업한 상태여서 실제 배상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정운 부장판사)는 11일 가습기 살균제 유족 임모씨가 제조업체 세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세퓨가 3억6천9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퓨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 산정은 23개월에 사망한 망인에 대한 위자료와 피해자 아버지에 대한 위자료"라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해 11월에도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퓨가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액은 숨진 피해자 부모에게 1억원,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3천만원, 상해 피해자의 부모나 배우자에게 1천만원이 적용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도 피해자에게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퓨 측의 제품을 제조·판매한 버터플라이이펙트가 2011년 폐업해 사라져 배상이 가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모 전 대표는 업무상 과실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세퓨가 다른 제조업체들과 달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들과 조정에 합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임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유족 총 16명이 세퓨와 옥시레킷벤키저, 한빛화학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올해 3∼4월 세퓨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피해자들과 조정에 합의했다.
법원은 또 국가의 배상 책임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차례 원고 측에 입증을 촉구했지만, 추가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8∼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원인 모를 폐 손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은 국가와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설계·표시상 결함 때문에 생명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은 2015년 1월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에서는 "국가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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