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필리핀 외교정책 비교…"韓, 친미로 동북아 영향력 잃어"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이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균형정책을 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친미 성향이 두드러졌다고 불만을 피력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미중 균형을 잡아주는 '교량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 외교정책으로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사이가 멀어진 한·중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고 독립 외교를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필리핀을 비교했다.
두 신문은 우선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동북아 정치 게임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많은 추측이 나온다"면서 "문 대통령이 적절한 조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할 거라고 했는데 이는 한국이 오랜만에 북한에 보낸 올리브 가지"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명박 집권과 박근혜 집권 후기에 보수주의가 한국을 주도하면서 미·중간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가 폐기됐다"면서 "그 결과 한국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잃었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부속된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의 국력이 북한보다 훨씬 크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독립적인 목소리는 들을 수 없게 됐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아주 무례한 방식으로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 추가와 사드 비용을 내라고 했는데 이처럼 모욕을 당하는 것은 한국이 모두 미국에 의지한 데 따른 대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매체는 그러면서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남중국해 전략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포했고 필리핀의 이익을 외교의 핵심 위치로 뒀다. 이로 인해 필리핀은 중국과 관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필리핀을 쥐락펴락했던 미국이 오히려 접근하는 풍족한 성과를 봤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의 국력은 필리핀보다 훨씬 크지만 현재 미국 앞에서는 두테르테의 필리핀보다 고분고분하게 굴고 있다"면서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을 가까이 하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한국은 탄력적인 공간을 거의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한국은 미국에 의지하는 것보다 독립 자주 외교를 해야 하는데 이는 반드시 겪어야 할 혼란의 과정"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억제와 한국 보호 약속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자국 안전 이익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이 미국 말만 들으면 반드시 배신을 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 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내용 중에 한국이 미국에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의 현재 외교 전략의 곤경을 정확히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신문은 "한국은 필리핀이 아니고 문 대통령도 한국의 두테르테가 될 수 없다"면서 "한국은 리더십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며 민족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에서 출발해서 지혜롭게 실행 가능한 외교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현재 국내 정치적 분쟁을 넘어 더 큰 안목으로 이런 과제를 판단하고 대응하며 한국을 이끈다면 현재 곤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도 한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