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사이버전 대처능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통상적인 인터넷 환경에서의 모의훈련을 처음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모의훈련을 위한 공격요원을 현장에 처음 배치했다. 실전에서 적에게 반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반격에 나설 경우 방위력을 방어에 국한하도록 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에 "실전적 사이버 연습 실시체제 정비"를 반영했다. 방위성이 설립한 "사이버방위대"를 10% 증원한 110명 체제로 확충하는 내용이다. 지난해와 합해 8억 엔(약 79억2천만 원)을 투입, 자위대 시스템의 모형을 이용한 훈련환경을 방위성내에 설치했다.
"실전적 연습"에서는 공격 역할을 맡은 요원들이 자위대 통합사령부의 지휘명령이나 전국에 산재한 부대간의 통신을 담당하는 시스템에 침입하는 훈련을 한다. 수비는 평소 시스템 감시를 담당하는 요원들이 맡는다. 별도로 마련된 다른 방에서 PC화면을 보면서 공격을 물리치는 훈련을 한다.
3월에 실시한 평상시 인터넷 환경에서의 모의훈련은 "의심스런 메일이 개봉됐다"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연락을 받은 수비군이 시스템 장애나 바이러스를 확인, 공격 부대가 만든 시나리오에 따른 침입을 막아내는지 여부를 판정을 맡은 요원이 지켜본다. 몇 시간에 걸친 공방전이 끝난 후 연구팀이 검증과정을 밟는다.
연습과는 별도로 "침입테스트"도 실시한다. 사이버방위대가 자위대 시스템을 공격해 약점을 찾아내는 훈련이다. 방위성 간부는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실전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접속 등 정부 시스템에 "위협"으로 간주되는 사이버 공격은 2015년 613만 건에 달했다. 이중 방위성과 자위대에 대한 공격은 약 100만 건이다.
사이버방위대에 공격요원을 새로 배치한 것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사이버 공격을 따라 잡기 위한 훈련시나리오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통신과 컴퓨터에 뛰어난 자위관을 선발해 국내외 대학에서 정보보안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들이 유학한 대학에는 미국 국방부와 협력관계인 카네기 멜런 대학도 포함돼 있다.
각국은 "전쟁"의 형태를 크게 바꿔놓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훈련용으로 육성하고 있는 공격능력은 반격에도 이용할 수 있다. 방위성 담당자는 "법적 정비가 미처 이뤄지지 않아 자위대가 실제로 다는 나라를 공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국회 등에서 적이 인프라 등을 사이버로 공격해 "물리적인 손상"을 입거나 미사일 공격과 연계되는 등 "무력공격의 일환"일 경우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8년까지의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에는 "상대 사이버 공간의 이용을 방해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국경을 뛰어넘는 익명의 사이버 공격은 해커나 테러리스트에 의한 범죄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관련된 경우도 있어 국제적인 정의나 규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헌법 9조에 입각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권이라는 관점에서 어디까지 대처가 가능할지에 대해 국회 답변에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흐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의 사이버 능력 향상이 사회감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는 범죄수사가 통신비밀 보호를 위협한다는 지적은 일본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 공격에는 여러 가지 논쟁거리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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