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미술관서 12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옛날에 나의 인생이 별로 순조롭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고통이라든가 그런 것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환상적인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아름답고 고통 없는 것."
지난 2014년 미국에서 별세한 화가 김보현(미국명 포 김)은 한동안 고국과 연을 끊었으나, 평생 고국을 그리워한 이방인 화가였다.
경남 창녕에서 1917년 태어난 그는 해방 직후인 1946년 일본에서 돌아와 조선대 교수로 부임했으나 195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당시 작가는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서 때로는 좌익, 때로는 우익으로 내몰리며 핍박을 받았다.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보다 빨리 뉴욕에 정착한 그는 30여 년간 한국 사회와 연락을 끊은 채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서울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열면서 다시 이름을 알렸다.
2007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자신을 "영원한 현역"이라고 칭한 작가는 2009년 부인 실비아 왈드(1915∼2011)와 함께 사용하던 뉴욕 맨해튼의 작업실을 개조해 '실비아 왈드 앤드 김포 갤러리'를 열기도 했다.

종로구 환기미술관은 김보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70년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 '포 김: 덴 앤드 나우'(PO KIM: Then and Now)를 12일부터 연다. 이번 전시에는 유화, 채색 드로잉, 콜라주 100여 점과 작가의 사진, 유품 등이 나온다.
전시는 모두 7개 주제로 나뉜다. 김보현이라는 인물을 간략히 소개하는 '김포(포 김)의 여정'을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불안한 심리를 담은 추상화들을 모은 '흔적', 자유분방한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는 '추상'이 이어진다.
나머지 주제는 1970년대 사실주의 회화로 구성된 '오브제와 콜라주', 작가가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알레고리', 작가가 20년 넘게 키운 새를 소재로 한 '천국의 새', 2000년대 이후 작업을 한눈에 보여주는 '유토피아' 등이다.

박정은 환기미술관 학예사는 "한국에서는 김보현, 미국에서는 포 김으로 불린 그는 한국인이었지만 고국을 두려워했고, 한편으로는 그리워했다"며 "동시대 작가였던 김보현과 김환기는 뉴욕에서 교류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창작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보인 김보현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8천원, 학생 6천원, 노인 4천원. ☎ 02-391-7701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