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에 신체접촉까지…"학교, 지속적인 교육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교수들의 잇따른 성 추문으로 지성의 상아탑 대학교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성희롱 발언부터 노골적인 신체접촉까지 제자들을 향한 교수들의 도를 넘어선 일탈 행위는 하루가 멀다고 발생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불이익 등을 우려해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학교가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규제강화를 위한 연구'에서 설문에 응답한 대학생 350명 가운데 71명(20%)이 교수로부터 성희롱 등을 당했다.
피해 발생 장소는 음식점과 술집 등 유흥업소가 167명(47.7%), MT나 수련회가 59명(16.9%), 연구실이나 실험실은 42명(12%)으로 나타났다.
경기대는 최근 수업시간에 성희롱 발언을 한 A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여자는 무기가 많다. 하이힐로 남자 ○○ 때리고 속 썩이면 눈과 코를 찌르는 등 표현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돈을 대주고, 여자는 남자의 종이 되는 것이다"라는 등 수업시간에 성희롱과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와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는 A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한 뒤 진상 조사를 벌였다.
광주여대 한 교수도 수업 중에 "남자친구와 자 봤느냐?", "오줌 줄기가 세면 뒤집힌다. 남자는 서서 조준하는데 여자는 어떻게 하느냐?" 등 수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지난해 말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제자와 부적절한 신체접촉으로 물의를 일으킨 교수들도 적지 않다.
전북의 한 대학 교수는 술에 취한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 해제됐고, 서울의 4년제 사립대학교 미술대학 전 학과장도 술자리에서 제자 2명의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대학 교수는 지난해 회식자리와 해외 연수 중 성추행한 혐의로 여학생 3명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대부분 대학교는 학내에 양성평등상담센터나 상담소를 설치해 성폭력 피해 예방과 대책 마련에 나선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는 상담 창구가 있는 데도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것을 꺼린다.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 특성상 성적 등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오히려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까 봐 두렵다는 게 이유다.
실제 얼마 전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에서는 여학생 2명이 4년 전 지도교수가 성추행했다며 학교에 뒤늦게 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해당 교수가 2013년 여름경 제자들과 참석한 해외 행사 뒤풀이에서 입에 머금은 술을 여학생 입으로 전달하거나 술에 취해 잠든 여학생을 뒤에서 껴안았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들은 논문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이런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신고를 미뤘다고 털어놨다.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학교는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정에 따라 일관성 있고 엄중하게 처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교원과 학생 등을 상대로 관련 교육과 홍보를 철저히 시행해 성 문제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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