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후끈 달아오르자 개미들 '들썩들썩'…투자주의보(종합)

입력 2017-05-12 16:17   수정 2017-05-12 16:18

증시 후끈 달아오르자 개미들 '들썩들썩'…투자주의보(종합)

"코스피 얼마나 더 가나, 삼성전자 사도 되나" 질문 많아

증권사에 계좌개설 문의 쇄도, 중·소형주 선호 여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유현민 조민정 전명훈 기자 = 올해 들어 코스피가 처음으로 장중에 2,300선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자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들썩거리고 있다.

과거 뼈아픈 기억들 때문에 주식투자라면 손사래를 쳐왔던 직장인 김 모(42)씨는 그동안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장세에 잊고 지내던 주식계좌를 거의 4년만인 지난달 중순 다시 열었다.

이전에는 코스닥 종목 위주로 투자했는데 이번에는 시가총액 '대장주' 삼성전자[005930] 주식에 투자했다. 몇 주 사지 않았으나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던 지난달 27일 모두 매도해 수십만 원의 차익을 챙겼다.

김 씨는 "조금 더 올랐을 때 팔았으면 좋았겠지만, 목표수익률을 냈다는 생각에 미련없이 처분했다. 주가가 정점에 오른 것 같아 더 투자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역시 직장인인 정 모(37) 씨는 지난달 초 난생 처음으로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여유 자금을 예금이나 적금에만 넣어두다가 최근 코스피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기사를 접하고 주식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 씨는 "소액 투자부터 시험 삼아 해볼 생각인데 어느 종목에 넣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대형주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몇몇 눈여겨본 중·소형주는 등락 폭이 너무 커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김 씨나 정 씨 같은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려들고 있다.

이전에는 주식투자를 해보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각 증권사에 계좌개설이나 투자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각 증권사 영업점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

홍은미 KB증권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지수가 2,000을 넘어 꾸준히 오르면서 연초만 해도 신규 계좌개설 건수가 하루 4건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그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홍 팀장은 "최근 시장이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다 보니 기존 개인 투자자들도 중·소형주 위주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가 어디까지 오르겠느냐', '삼성전자가 더 오를 수 있느냐'와 같은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달 주식매매 위탁계좌 개설 건수가 1월 대비 47%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기타 계좌를 합친 총 계좌 개설 건수는 36%가량 늘었고 자산보유 고객 수와 자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기영 한국투자증권 강동지점장도 "코스피가 2,300선에 가까워지면서 문의가 많이 늘었다. 신규 가입 고객이 평소보다 30∼40% 증가했다"며 "지점에 찾아와서 '왜 내 주식은 안 오르나'를 묻는 사람이 많고 '삼성전자 지금 들어가도 되나. 지금 사면 늦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관계자 역시 "고객은 물론 지인들로부터도 '지금 주식을 시작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동안 많이 오른 정보기술(IT)·반도체 관련주가 더 오를 여지가 있는지, 좋은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어 큰 수익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은 중·소형주에 집중하고 있다. 테마주나 코스닥에서 낙폭이 컸던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며 "자산 규모가 큰 고객들은 수익을 누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중·소형주 비중이 커 수익률이 정체되거나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개인 고객들은 여전히 중·소형주를 선호하고 있다. 대형주에 투자했더라도 손실을 보다가 수익구간에 접어들면서 매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초보 개미'들까지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면서 최근 증시 상승세가 정점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2,300 돌파가 단기 과열 징후를 보여주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조정 국면에서 다시 주식을 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2,300선에서의 부담이 확인됐다"면서 "지수가 추가로 상승 흐름을 보이기보다는 매물 소화가 불가피하고 변동성이 커진 만큼 적극적으로 매수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오른다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거나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기업 실적과 업황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라고 말했다.

신기영 지점장은 "개인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은 게 문제다.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1년 수익률 10%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 개인은 주간 수익률 10%, 연간으로는 100% 이상 수익률을 바란다"며 "이 때문에 개인들은 1억원을 들고도 삼성전자 같은 큰 주식으로는 큰 수익을 못 낸다며 코스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대형주 위주 장세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지점장은 기대수익률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맞추고 업종 대표주 위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홍은미 팀장은 "기업 실적과 환율환경, 외국인 수급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지수 상승 여건은 갖춰져 있다고 본다. 다만 개별 대형주 투자에 부담을 느낀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한 투자도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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