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거대한 화마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자랑하던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과거 벌채지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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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찾아간 백두대간 건의령 동쪽 능선 벌채지는 '검은 사막'이었다.
생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벌채 후 남겨졌던 수많은 잔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커다란 바위도 산산이 부서졌다.
불길이 얼마나 거셌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벌채용 임도를 따라 이어진 능선에는 벌채하고 남은 나무 밑동이 비석처럼 줄지어 서 있었다.
나무들의 무덤이었다.
김부래 산악인은 "대자연의 회복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먼지마저 검은색인 이곳에 언제 다시 새 생명이 돋아날지 모르겠다"라고 탄식했다.
이곳은 백두대간 동쪽 능선이다.
양지바르고 습지가 있어 산림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이다.
그래서 벌채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는지 모른다.
벌채는 산림에 잔 나무를 남긴다.
삼척시 관계자는 "잔 나무까지 처리하려면 경제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잔 나무 대부분은 현장에 남겨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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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이 나면 산속에 남겨진 잔 나무는 불쏘시개로 돌변한다.
바짝 마른 데다 쌓여있어 일단 불이 붙으면 진화하기도 매우 어렵다.
어렵게 불을 잡더라도 바람만 불면 금방 다시 타오르는 숯덩이다.
이곳도 삼척 산불이 발생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끊임없이 붉은 불길을 토해냈다.
김철래 강릉 부시장은 "조림을 위해 시행한 벌채목은 반드시 치우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 미련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강릉과 삼척은 지난 나흘간 산불로 327㏊에 이르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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