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원' 中 채권시장 이상 신호…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입력 2017-05-12 11:40  

'2경원' 中 채권시장 이상 신호…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그림자 금융 단속 움직임 탓…5년물 3.71%·10년물 3.68%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2경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 채권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년 만기 국채금리가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추월한 것이다. 11일 오전장에서 5년물 국채 금리는 3.71%에 거래되면서 10년물 국채의 3.68%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은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은 금리에 거래된다는 시장 논리를 벗어난 것이다. 금리 역전은 통상적으로 한 국가의 장기적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을 반영한다.

비록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데다 물가상승률도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중국이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상하이 야오지 자산운용의 왕밍 파트너는 "이런 금리 역전은 분명히 정상이 아닌 만큼 많은 이들이 원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정부 당국이 고금리의 자산관리상품(WMP)에 의존해 단기간에 급성장한 그림자 금융을 억누르는 조처를 한 데서 비롯한 것일지 모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판매하고 있는 WMP 규모는 올해 1분기 현재 4조2천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윈드 인포메이션이 밝힌 2007년의 WMP 판매액은 7천200억 달러였다

자산관리상품을 대량으로 발행한 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보장하기 위해 과다한 레버리지를 동원해 채권과 주식, 원자재 등 각종 자산에 투자해왔다.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 자금시장 금리를 인상하는가 하면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은행들에 경고를 보낸 것은 WMP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시장의 리스크 확대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고삐를 죄기 시작하자 채권시장에서는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팔자 움직임이 강화됐고 그 과정에서 거래가 활발한 10년물 대신, 유동성이 떨어지는 5년물이 집중적으로 매도됐다는 것이다.

매도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5년물 국채의 가격은 내려갔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10년물 국채를 넘어설 정도로 급등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상업은행의 류동량 선임 애널리스트는 "5년물의 금리가 올라갔지만 아무도 5년물을 주워담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레이더들은 10일 신규 발행된 5년물 국채의 입찰 수요가 부진한 것도 현재 시장이 처한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360억 위안 규모의 5년물 국채가 입찰에 부쳐졌지만, 통상적으로 2배 정도였던 수요는 1.8배에 그쳤다.

류동량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채권시장은 당국의 단속에만 반응할 뿐,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탓에 비정상적 투매가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논평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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