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7일 후 독대 자리서 요구…코미 "진실하게 대하겠다"고만 답해
손발 안맞는 트럼프·백악관…코미 해임 경위 놓고 딴소리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을 만나 충성 맹세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올해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1대1 저녁을 먹었다고 동료들에게 털어놨다.
저녁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선거와 취임식 인파 등 소소한 얘기가 오간 저녁 자리에 충성심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FBI를 이끌던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코미 전 국장은 충성 맹세를 거절했다. 그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항상 진실로 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저녁 식사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충성 맹세를 요구했지만 코미 전 국장의 답도 달라지지 않았다.
NYT는 "코미의 입장에서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저녁 자리는 대통령직을 대하는 트럼프의 자세를 보여주는 창문"이라며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FBI 수장에게 정치적인 충성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이 동료들에게 한 저녁 자리 얘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미 전 국장이 만찬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이 FBI 수장으로 남기를 원했다고도 했다.
백악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 맹세 요구설을 부인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와 위대한 국민을 위한 충성이라면 모를까 개인적인 충성을 기대하는 제안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이 지난 9일 전격 해임된 경위를 놓고 백악관이 석연찮은 설명을 내놓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해임의 계기, 결정 시기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9일 해임 건의 메모를 작성한 게 전적으로 법무부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의회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의 건의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CNN에 출연해 펜스 부통령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샌더스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의 세션스 장관과 로젠스타인 부장관을 만나 코미에 대한 우려를 들은 후 이를 건의서로 작성하라고 요구했다며 전과는 조금 다른 설명을 했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법무부) 건의에 상관없이 해임하려 했다"며 앞선 설명들을 모두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을 결심한 시점과 관련해서도 샌더스 부대변인의 말은 오락가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건의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한 시점(8일)에 해임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해임 생각을 했고 결정을 이미 한 상태였다는 식(11일)으로 단 하루 만에 말이 달라졌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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