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의례적 연회도 안열어줘"…냉대 받은 첸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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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9일 별세한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부총리가 한중수교를 사전 통보하려고 방북했을 때 김일성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1992년 8월 한중수교의 주역이자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외교를 총지휘했던 첸 전 부총리가 2003년 출간한 회고록 '외교십기(外交十記)'에서 한중수교의 막전막후를 간략하게 기록했다며 이런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첸 전 부총리는 한중수교 한 달 전인 1992년 7월 당시 외교부장으로서 한중수교 사실을 북한 측에 알려야 하는 숙제도 떠맡게 됐다.
그는 "그것은 정말 쉬운 외교적 임무가 아니었다"면서 "사실 걱정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평양을 방문한 첸 전 부총리는 중국이 한국과 수교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북중 간 사회주의적 동맹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담은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의 구두 친서를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전달했다.
김일성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장쩌민 주석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알아들었다고 대답하고 중국이 독립·자주·평등의 원칙에서 결정한 외교정책을 이해한면서, 북한은 중국과의 우호협력을 계속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성은 그러면서 첸 전 부총리와 대표단이 가져온 선물을 잠시 쳐다본 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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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전 부총리는 "내 기억으로는 그때 만남이 김일성 주석과 중국 대표단 간의 모든 면담 중 가장 짧은 것이었다"며 "면담 이후 북한은 관례와는 달리 의례적인 연회도 베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북중 양국은 8년간 최고지도자급 상호 방문을 단절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기로 한 것은 북중관계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북한은 이를 배신행위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황징(黃靖)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미국의 대북 대화나 협력의 거부와 함께 중국의 외교적 전환은 북한을 공황과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었으며 이것이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개발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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