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명분만들려 전체 지원하려 했는데 최순실이 장난친 듯"

입력 2017-05-12 14:12  

"삼성, 명분만들려 전체 지원하려 했는데 최순실이 장난친 듯"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 이재용 재판서 증언

"박원오, 삼성이 유연이만 지원하면 명분 안 서니 전체 지원할 것 같다 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한국승마협회 회장사였던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 명분을 만들기 위해 다른 선수들도 함께 지원하려 했지만 최씨의 농간으로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감독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증언을 했다.

박 전 감독은 삼성이 정씨의 독일 현지 훈련을 지원했던 2015년 승마 선수 겸 선수들 감독 자격으로 마사회에서 파견나갔던 인물이다.

박 전 감독은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선배가 '회장사 된 삼성이 유연이(정유라)를 지원하는데 유연이만 지원하면 명분이 안 서니 마장마술, 장애물 등 해서 전체적으로 지원할 것 같다. 잘 준비해서 올림픽까지 가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특검이 "정유라 혼자 지원하는 게 왜 명분이 안 선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대기업이 지원하는데, 한 명만 지원한다는 건 누가 봐도 그건 좀 이상할 것 같다"며 "이 참에 전체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면 승마협회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이에 독일 현지 훈련 감독직을 승낙했다고 했다.

그는 특검이 "증인에 대한 지원은 삼성의 정유라 단독 지원을 숨기기 위한 구색 맞추기, 들러리용 지원이었는데 이런 제안을 승낙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저는 들러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삼성이 지원해주면 장애물 팀을 맡아서 동경올림픽까지 가겠단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그러나 독일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게 된다.

그는 "독일에 있는 2개월 동안 말 한마리 없고, 선수도 안 보내줬다. 거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검이 "독일에 있는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상황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제가 마필 차량을 보려고 네덜란드까지 가기도 하고, 차량 가격까지 협상을 다 해놨는데 (최씨가) 안 된다고 하니까 난처한 상황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 전 감독은 박원오 전 전무를 통해 여러가지 지원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말을 구입해야 한다, 또 승마장은 있는데 선수가 한 명도 안 오니 선수를 빨리 보내달라고 계속 독촉했다"며 "박원오 선배와도 몇 차례 언성을 높이며 싸웠는데, 자기도 그냥 '답답하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자신이 당시 한국에 있던 장애물 승마 선수 이모씨를 독일로 데려오기 위해 비행기 표까지 끊었다고 했다.

이 선수는 2015년 11월 승마협회장 배 대회에서 선발된 선수 중 한명으로, 당시 이 대회 참가자들 사이에선 선발자가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박 전 감독은 증언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박 전 감독은 박 전 전무에게서 "이xx은 안 된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최씨가 이처럼 다른 선수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은 삼성에서 분명히 자금 지원을 했을 것 같은데, 그걸 (최씨가) 장애물쪽으로 쓰기가 아까웠겠죠. 마치 자기 돈처럼 생각했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엔 삼성에서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지원하려고 했는데 중간에서 최순실씨가 그런 장난을 계속 치면서 안 된 것 같다"며 "삼성에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감독의 증언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 측은 서로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특검은 "삼성이 정유연을 지원한다는 것은 항상 상수였고, 박재홍 감독에 대한 장애물 경기 지원 계획도 사실 정유라 1인 지원의 물타기에 불과하다"며 "코어스포츠도 오로지 최씨 의사에 따라 움직였다. 최씨 개인 계좌로 삼성 돈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은 "삼성은 진정 다른 선수를 지원하려 했고, 해당 선수들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최씨의 방해로 이런 지원이 실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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