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1R 8언더파 깜짝 선두…2부 투어만 8년 뛴 신인
(용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올해 합류한 이나경은 늦깎이 신인이다.
2009년 프로 자격을 땄지만 8년 동안 2부 투어에서만 뛰었다.
작년 겨울 응시한 시드전에서 54위로 간신히 올해 KLPGA 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27세의 늦은 나이에 새내기로 데뷔한 것이다.
데뷔전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는 컷 탈락했다. 2라운드에서 무려 82타를 쳤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는 25위를 차지했지만 이어진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4차례 대회에서 언더파 스코어는 1언더파 71타를 한번 친 게 유일하다.
이나경은 12일 경기도 용인 수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골라내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작년 장수연이 우승하면서 최종 라운드 때 세운 코스레코드(65타)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코스레코드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려놓고 경기를 마친 이나경은 "내 장기인 장타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이나경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 난 장타자다.
드라이버를 살살 달래서 쳐도 260야드는 가뿐하게 넘긴다.
그는 "나보다 멀리 치는 선수는 아직 못 봤다"고 말했다. 2부 투어에서 8년을 보내면서 겨뤄본 김세영과 장하나도 비거리에서는 앞섰다고 이나경은 웃었다.
박성현이나 김민선과는 비거리를 견줘볼 기회가 없었지만 뒤지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이나경은 동반 선수보다 티샷 거리가 50야드 안팎 앞섰다.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자 파 4홀에서는 대부분 웨지로 그린을 공략했다.
내리막 413야드짜리 파 4홀인 18번 홀(파4)에서는 100야드를 남기고 50도 웨지로 홀 한 뼘 거리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보탰다.
이나경은 "코스가 드라이버를 치기에 편했다. 드라이버가 잘 맞으니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이나경은 장타가 양날의 칼이라고 털어놨다. 페어웨이에 안착하면 타수 줄이기가 더없이 쉬워지지만 빗나가면 스코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는 "벙커, 해저드, OB 등 티샷 실수가 나오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 "또 장타자는 쇼트게임 감각이 좀 약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나경은 연습 때 쇼트게임보다 드라이버샷에 더 시간을 할애한다. 티샷이 불안하면 경기가 엉망이 되고 티샷이 잘 되면 술술 풀리기 때문이다.
이나경은 이날도 퍼팅 연습 뒤에는 드라이빙 레인지로 달려가 드라이버를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이나경은 "장타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던 선수였다"면서 "2부 투어를 뛸 때는 월급 70만원을 받는 골프장 연습생 겸 진행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는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 오히려 행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가 그립고 이대로 포기하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쌓은 골프 경력이 아깝다는 생각에 다시 투어에 도전했다"는 이나경은 "골프가 하루하루가 다르니 장담은 못 하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프로 아니냐"고 반짝 선두에 머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신인으로서 "시드 유지"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는 이나경은 그러나 "이나경 이름 석 자를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말할 때는 입술을 깨물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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