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장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8년의 논란

입력 2017-05-12 15:38  

5·18 기념식장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8년의 논란

해마다 제창·합창 두고 보수와 진보 이념 갈등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9년 만에 제창 방식으로 돌아가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지난 8년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첨예한 논쟁거리가 됐다.


1982년 소설가 황석영씨와 10여명의 문인, 당시 전남대생인 김종률씨가 만든 님을 위한 행진곡은 그간 각종 집회에서 널리 불린 민중가요다.

5·18이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5·18 기념식에선 참석자 전원이 기념곡처럼 함께 불렀다.

그러나 황석영씨의 행적과 제목과 가사에 들어있는 '님'과 '새날'이 북한의 김일성과 사회주의 혁명을 뜻한다는 일각의 문제 제기로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 함께 부르는 '제창'이 아닌 공연단의 '합창'으로 대체됐다.

5·18단체 등은 이 같은 합창 방식이 5·18 왜곡·폄훼라며 제창 방식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이후 제창 허용을 둘러싼 논란은 보수와 진보간 이념 갈등으로 비화하며 해마다 5월이면 이슈로 떠올랐다.

합창은 합창단이 부를 때 여러 사람이 서로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동시에 노래를 하는 것이다.

참석자 입장에선 합창과 제창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합창을 할 땐 합창단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제창을 하면 모든 참석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래서 기념식 때면 참석자들의 입장에 따라 따라 부르거나, 부르지 않거나, 태극기만 흔드는 등 입창차를 나타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5·18 기념식에서 악보를 보지 않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함께 부른 모습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첫해 기념식에 참석, 노래를 함께 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기념식에서 노래를 부르지는 않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지난해 36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으로 제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국가보훈처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합창 방식을 유지했다.

지난해 기념식에 참석한 5·18단체와 야권 인사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황교안 전 총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당시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5·18 유족들의 저지로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37주년 기념식을 앞두고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이 문제는 변곡점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올해 5·18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되고는 제창 반대에 앞장선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올해 5·18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이로써 9년 만에 님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에서 기존 제창 방식으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cbeb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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