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면 충분한 휴식을"…버스 운전자 등 무리한 운행 근절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8명의 사상자를 낸 영동고속도로 참사가 고속버스 운전자의 '춘곤증 졸음운전'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봄철 졸음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졸음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7천639건으로 359명이 사망했다.
해마다 120명이 졸음운전 때문에 목숨을 잃은 셈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치사율이 높다.
이 기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는 660건이었다. 사망자는 93명에 이른다. 치사율은 14.1%다.
이는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치사율(1만1천309건·812명 사망, 7.2%)의 갑절에 가깝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지난해 자사 승용차 사고 12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봄에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가 1천344건으로 사계절 중 가장 많았다.
봄철 졸음운전 사고 건수는 겨울과 비교해 31.5%(322건)나 많았다.
봄에 졸음운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일교차가 커 몸이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춘곤증'이 온다는 것이다.
월별로 보면 4월 졸음운전 사고 건수가 501건으로 가장 많았고 5월이 46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시간대별로 보면 졸음운전 사고는 오후 2∼4시(16.7%)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점심을 먹고 졸음이 올만 한 시간대이다.
오후 2∼4시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은 0.59%로 전체 사고 평균(0.12%)의 5배나 됐다.
시속 100㎞로 달리는 차 안에서 2초만 졸아도 차량은 50m 이상 주행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졸음운전은 늘 대형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지난 11일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1㎞ 전 상행선 구간에서 60∼70대 노인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8명의 사상자를 낸 고속버스-승합차 추돌 사고도 취약시간인 오후 3시 28분에 발생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께 경기 파주시 문산읍을 출발한 고속버스 운전자 정모(49) 씨는 오후 1시 30분께 강릉에 도착한 뒤 점심 후 오후 2시 30분 강릉에서 출발해 문산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 운전자 정 씨는 경찰에서 "식사 후 춘곤증으로 깜빡 졸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둔내터널 인근에서 난 이번 사고 지점에서 불과 7㎞ 떨어진 봉평 터널 인근에서는 지난해 7월 17일 사망자 4명을 포함해 42명의 사상자가 났다.
당시 평창 봉평 터널 참사는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 등 여러모로 이번 사고와 판박이다.
달리던 속도 그대로 앞선 차량을 추돌한 버스가 20∼30m를 더 진행하고서 멈춰 섰다.
봉평 터널 참사를 낸 관광버스 운전자 방모(57) 씨는 전날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사고 당일에 피로가 쌓인 채 강릉과 삼척 등지를 운행하다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방 씨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금고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평창 봉평 터널 참사'는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후에도 졸음운전 사고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났다 하면 대형사고인 터라 졸리면 무조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영동고속도로 구간의 잦은 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와 행락철 지정체 탓에 장거리 고속버스 운전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운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정 구간의 노선을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는 고속버스 운전자들은 종점에 도착하면 출발 시각에 쫓겨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 김주형 박사는 "최선의 졸음운전 예방책은 충분한 휴식"이라며 "졸음 쉼터를 늘리고 사업용 운전자의 연속 운전시간을 제한하는 등 기술적·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졸음운전이 자신은 물론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빼앗는 비극이자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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