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상승장 시작" vs "2,300 넘으면 차익실현해야"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이번 주에는 코스피 2,300선 등극이 증권가에서 가장 큰 화제였다.
코스피가 새 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 10일 장 초반 2,323.22까지 오르며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코스피는 이내 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같은 날 2,270선까지 후퇴하기는 했다. 하지만 2,300선을 밟은 것은 이때가 사상 처음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1일에도 하루 만에 반등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2,296.37로 마감하며 2,300선에 다시 바짝 다가섰다.
전날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며 다시 2,280선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스피가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 개선과 기업 실적 호전 등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과 같은 강한 상승 동력에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감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와 실적이 좋아지고 있어 펀더멘털상 주식 상승세가 유지된다고 본다"며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는 올해 하반기에는 중소형주와 코스닥종목으로까지 상승세가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증시 환경이 경제와 기업 이익, 외국인 매수 등 긍정적인 요인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10년 만에 시장과 경제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진보 성향의 신정부 출범이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허니문 랠리는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 흐름이 지난 6년간의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흐름과는 전혀 다른 대세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이 여전히 싸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므로 코스피는 박스권을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우려 등으로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격 해임 사태도 앞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복병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코미 전 국장의 해임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수사 특별검사 해임에 비견되는 등 미 정국이 후폭풍에 급격하게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주가가 환율, 금리 등 다른 변수보다 빠르게 앞서나가는 측면이 있다"며 "코스피 2,300 이상에선 과열을 의심하고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2,300 돌파시점이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에 따라 차익을 실현하고 조정국면에 다시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코스피 2,300선 돌파는 주간 상대강도지수(RSI)가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80 이상에 도달하는 시점"이라면서 "중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SI는 증시의 과열과 냉각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통상 70 이상이면 과열로 해석한다. 2007년 활황 국면 막바지에 주간 RSI가 80을 넘어섰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간 RSI가 80을 넘어선 적이 없다.
특히 요즘처럼 증시에 낙관론이 우세할 때 추격매수나 묻지마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기업의 실적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대형주 장세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주 위주로 투자 포지션을 잡지 않는 한 '남의 잔치'에 박수 치는 꼴일 수 있다"며 "지수가 오른다고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 역시 지금까지 부진했던 국내 중·소형주의 반등 가능성을 전망하면서도 대세 상승장이라고 믿고 가격이 싸다고 사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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