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적폐청산 1호'된 국정교과서…결국 폐지의 길로

입력 2017-05-12 16:02   수정 2017-05-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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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적폐청산 1호'된 국정교과서…결국 폐지의 길로

숱한 논란과 반발 끝에 검정교과서 체제로 완전 회귀

"'교과서 정치 도구화' 자체가 적폐…더이상 반복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사실상 폐기 운명에 처했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결국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적인 '폐지 지시'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불통'과 '독재' 이미지로 비판받은 박근혜 전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정책이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사흘 만에 교육 분야 첫 번째 업무지시로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한 것은 '적폐청산'이라는 측면에서 국정교과서를 교육계의 '청산 대상 1호'로 삼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추진 당시부터 교육계에 숱한 논란을 낳았다.

물론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지적에 동조하는 의견도 상당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하는 형태로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발상은 학계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저항을 일으켰다.

특히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배경과 방식 역시 과거 유신시절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도 현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적폐청산 대상 1호로 지목한 이유로 해석된다.

역사교과서는 3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1974년 국정 단일본으로 바뀌었다. 유신체제 하였던 당시 문교부는 국정화에 대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국정교과서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5년 10월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재국정화' 방침을 확정하면서 내세운 '올바른 역사관과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교육부가 국정 전환을 발표하고 난 뒤인 2015년 국무회의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에 힘을 실어줬다.

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역사교과서-국정전환-신념'이라는 메모가 발견돼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권 차원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도 불통 논란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2015년 11월3일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 발행을 확정고시하고 곧바로 집필작업에 착수했으나 집필진 명단과 편찬기준은 지난해 11월28일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오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명명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현장검토본 공개 이후에는 박정희 정권미화 논란과 교과서 속 크고 작은 내용 오류로 부실 집필 논란까지 일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을 크게 떨어뜨린 결정타가 됐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7일 '2017년 3월부터 모든 중고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전면 적용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연구학교에서만 사용하게 하겠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연구학교 신청학교가 단 한 곳에 그쳤고, 이마저도 법원에서 효력 정지 결정이 나오면서 국정교과서는 연구학교 신청학교에서조차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는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제도를 도입해 국정과 검정 가운데 하나를 학교가 골라 사용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의 '완전 폐지' 지시로 이 역시 어렵게 됐다.

교육계에서는 비단 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정권 교체에 따라 역사교과서도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고, 그 때마다 예산낭비와 학교 현장 혼란이 극심했다는 점에서 철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권을 막론하고 교과서를 정치의 도구로 삼으려는 것 자체가 적폐 청산 대상"이라며 "이번 기회를 교훈 삼아 역사교과서를 정치의 대상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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