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포기한 학생들의 '키다리아저씨' 되어 준 음악 선생님

입력 2017-05-15 07:03  

꿈 포기한 학생들의 '키다리아저씨' 되어 준 음악 선생님

양주 덕계고 서성곤 교사…비싼 레슨비에 음악 포기 학생 3년간 지원

뇌질환 제자 병원비 마련 자선공연도…"정년까지 학생들 곁에 있을 것"

(양주=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여러 이유로 재능을 갖고도 꿈을 펴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가정형편 때문에 한때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제 학창시절이 떠올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15일 경기도 양주 덕계고 서성곤(53) 음악교사는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가세가 기울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업을 접고 부모님 농사를 도와주려고 마음먹었던 서 교사에게 당시 음악 선생님의 한마디가 전환점이 됐다.





서 교사는 "은사님께서 '네가 여기서 학업을 중단하면 네 아버지는 농사꾼의 아버지이지만,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된다면 교사 아버지가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며 "이 말에 힘입어 아버지 명예를 위해서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다"고 했다.

1992년 교단에 선 서 교사는 많은 학생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꿈을 접고 있단 걸 발견하곤 두발 벗고 나서 학생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다.

리코더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비싼 악기와 레슨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여학생을 위해 3년간 방학 때마다 자신의 차에 학생을 태워 강원도 춘천에서 열리는 유명 대학 교수의 세미나에 데려다주고레슨이 끝나면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트럼펫 전공을 꿈꾸는 남학생도 시내 음악실에서 연습하고 나서 막차가 끊기면 직접 집까지 바래다주며 꿈꾸는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듬직한 '아버지'가 되어 주었다.

이들 학생은 결국 각각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에 진학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교육 분야에서의 지원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어려움에 빠진 학생들의 사정도 고루 돌봤다.

2년 전엔 뇌 질환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제자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학생들과 모금활동을 벌여 800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이 학생은 올 초 졸업장을 받았다.

서 교사는 최근엔 자신의 전공과목인 음악을 넘어 바리스타, 드론 등 학생들이 관심 갖는 분야를 직접 배워 가르치고 있다.

시간을 쪼개가면서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학생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고 답했다.

그의 제자 사랑은 2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는 휴대전화 번호에서도 느껴졌다.

학생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관리자 승진도 일찌감치 접었다는 서 교사는 "정년 때까지 학생들에게 '짐이 된다'는 소리 듣지 않고 떠나는 걸 제자들이 아쉬워하는 교사로 남고 싶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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